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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브랭 Apr 17. 2021

천천히 빨리 크렴

워킹맘

워킹맘의 시간은 짧다. 동동거리며 지내다 보 하루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아기를 쳐다볼 새도 없이 휘뚜루마뚜루 엉망진창 출근을 하면 숨 막히게 바쁜 회사일이 밀려든다. 평온한 태도를 유지하며 대단히 능숙한 척 일을 해치우고 부랴부랴 퇴근해서 집에 도착한다.


아기는 할머니가 전담하여 돌본다.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보다 할머니와 지내는 시간이 더 많음이 못내 씁쓸하다. 출근과 퇴근을 포함해 하루에 10시간씩 밖에 있는 엄마는 아기의 모든 모습을 함께하지 못한다. 첫 모래놀이의 재미, 개미를 발견하는 순간의 기쁨도 할머니가 함께했다. 퇴근 후 시어머니가 아기와 함께 했던 일들을 전달해주면, 내 아이의 성장을 간접적으로만 알게 될 뿐이었다.


내 자식의 모든 처음을 함께하지 못하는 슬픔이 차곡차곡 쌓여다. 부득이하게 야근까지 하는 날이면 뽀얗게 잠들어있는 아기를 본다. 엄마를 얼마나 찾았을까 싶어 마음이 짠하다가도, 오늘도 엄마 없이 잘 지냈다는 말을 들으면 서운하다.


5일간의 근무는 너무 길고, 2일간의 휴식은 너무나 짧다. 아기의 성장은 순식간에 일어난다. 벌써 이것저것 재주가 생겨버린 아기를 보니 아쉬움만 커져간다. 아기가 천천히 빨리 컸으면 좋겠다. 엄마의 부재를 응원해 줄만큼 무럭무럭 자라면서도, 한껏 아기의 귀여움을 오래오래 간직했으면 좋겠다. 내 욕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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