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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브랭 Apr 19. 2021

인사고과 소회

직장

전년도 고과를 평가해 SAB로 성과급을 배분하는 직장이다. 회사 업무란 것이 그렇듯이 무 자르듯 이건 내성과, 저건 당신 성과로 나눌 수가 없다. 일 년간의 전체 팀 업무를 나누어 진행했고, 개인의 직급에 맞게 배분해서 일을 진행했다. 일을 일답게 만드는 기획 역량에 따라 문서상에 존재하던 것들이 빼어난 지표로 이뤄지기도 하니 분명 개인 역량이 중요하고 고과를 인정해야 하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별일 없이 전년도 성과를 유지하는 일이 더 많아서 고과 평가는 매년 순환하여 S를 배분하곤 했다.


가끔 팀원의 장기 병가로 누군가의 일이 훅밀려오는 경우, 고생한 사람을 생각해서 고과에 반영해주긴 했었다. 그런데 임신 전기간 단축근무제도, 육아기 단축근무제도가 도입되면서 불만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2시간 단축 근무하는 팀원이 있기 전까지는 다들 별생각이 없었다. 누군가 단축근무를 시작하게 되자 실제적인 문제와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 사람의 퇴근 후에 오는 업무전화를 누군가가 받아야 하고 급한일이 아니면 다음날 해당 직원이 출근하여 처리하면 되지만, 회사일의 문제는 그런 전화는 늘 긴급하다는 것이다. 그날도 그랬다. 그런 일이 몇 번 반복되었다.


임신 출산 육아로 단축근무를 요청하는 직원에게 불이익을 주면 안 된다는 규정이 있다. 그 불이익에 고과도 포함이 되었다. 남는 팀원들에게 불만이 누적되었다. 출산휴가 대체 3개월 동안 신규인력이 충원되지 않아 누군가가 더 일을 하게 되었다. 출산휴가를 사용한 K는 자신의 B등급은 부당하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근무기간 동안의 고과를 평가해야 하므로 출산휴가 3개월은 빼고 9개월의 실적으로만 고과를 산정해야 한다고 고과 재산정을 요청했다.


문제는 SAB에 대한 인원이 정해져 있어 누군가는 반드시 B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었다. 팀장은 객관적인 근거로 고과 평정을 했다며 K의 요구를 거절했다. K는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며 노동부에 신고하겠다고 나섰고 꽤나 시끄러운 일이 이어졌다.


이 모든 과정에서 한 발짝 떨어져 관찰하는 입장이다 보니 참 어려운 문제라는 게 명확하게 느껴졌다. 진정으로 출산 육아를 장려한다면 임산부 직장인에 대한 복지만큼이나 남아있는 조직원들에 대한 명확한 인센티브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조직 전체가 출산휴가자, 단축 근무자에게 더 너그러운 마음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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