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차

워킹맘 9

by 나브랭

회사 일정상 전 직원 반차를 쓰게 되었다. 예정에 없던 반차였지만 배실배실 웃음이 난다. 아기가 없을 때도 반차는 행복이었지만 아기가 있고 난 후의 반차는 더 달콤하다. 아기와 함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지면서 퇴근하면 아이의 모습을 눈에 담기에 바쁘다.


아기가 딱 5개월이 되는 날 출근을 시작했다. 그때 막 뒤집기를 시작하던 아기는 기저귀를 갈다가도 뒤집고 잠시 눕혀놨다가도 뒤집는다. 기분이 좋을 때는 뒤집어서 팔을 뻗고 신나게 노래를 부른다. 어찌나 귀여운지 이 녀석 재주를 보다 보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르겠다. 간이 흐르고 아기가 크는 것이 새삼스럽다.


출근하자마자 퇴근이라니 너무 좋아서 콧노래가 난다. 어차피 미사용 연차수당도 없으니 이렇게라도 쉬는 건 당연하지만 일단 쉬니까 좋다. 이제 막 입사해서 연차가 넉넉하지는 않지만 연차 사용이 자유로운 업계가 아니라 어차피 있는 연차도 다 못쓰는 일이 태반이었다. 전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상황에 자녀 돌봄 휴가는 언감생심이다. 연간 3일의 자녀 돌봄 휴가가 있다고는 하는데 쓰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아기가 갑자기 아프기라도 하면 어쩌나. 다행히 나는 시어머니라는 든든한 조력자가 있지만 주변의 도움 없이 직장에 나가야만 하는 워킹맘도 분명 있을 것이다. 마음이 무겁다. 일 가정 양립을 이야기하지만 현실은 아직도 따라가려면 멀었다.


모처럼 날씨도 맑게 개었다. 퇴근길 발걸음이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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