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워킹맘 10

by 나브랭

아기가 없을 때 주말은 늦잠 자는 날이었다. 기상 알람도 꺼놓고 자고 싶을 만큼 늘어지게 자다가 배가 고파지면 간단히 토스트를 구워 먹었다. 그마저도 귀찮으면 배달음식을 시켜먹거나 외식을 했다.


아기가 생긴 주말은 아이의 울음소리에 깨어난다. 아기는 5시 반이면 기가 막히게 일어나 젖 달라고 울었다. 아기가 평일인지 주말인지 구분할 리 없으니 평소처럼 나를 깨웠다. 내 배가 고플 틈도 없이 젖을 꺼내서 아기의 허기를 채웠다.


남편의 일상은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았다. 출퇴근의 고단함은 나도 느끼는데 주말의 늦잠은 나만 못 누리는 게 괜히 심술 나서 남편을 깨웠다. 아기 기저귀는 당신이 갈아주라고 아기를 남편의 옆구리에 끼워줬다.


남편이 잘하는지 못하는지 쳐다보는 일은 안 하기로 했다. 기저귀를 비뚤게 채우든 거꾸로 채우든 모른척하기로 했다. 하나하나 신경 쓰다 보면 결국 내 일이 되는 것을 몇 차례 경험한 후에는 남편에게 아기를 건네주면 로그오프 하기로 작정했다. 방 문을 닫고 나와 거실에 덩그러니 뻗어 누웠다.


남편이 아기랑 실컷 놀아주다가 나를 부른다. 남편의 친구가 결혼을 한다고 청첩장 모임을 하기로 했단다. 점심 먹고 오겠다는 남편이 매우 얄밉지만 어쩔 수 없다. 쿨한 척 흔쾌히 알았다고 해줬다.


남편의 외출 동안 아기는 온전히 내 몫이다. 평일에는 회사의 고단함에 치여 아기의 귀여움을 온전히 누리지 못했다. 하루 종일 아기를 바라볼 수 있는 주말이 얼마나 소중한가. 부쩍 키가 큰 것 같아 아기를 손으로 쓸어본다. 머리통도 커졌고 다리도 길어졌다.


1단계 기저귀를 쓰던 게 얼마 전 같은데 벌써 4단계를 사용하고 있다. 기저귀 단계가 올라가는 것처럼 육아 레벨도 올라가면 좋겠다. 게임에서 레벨 업하듯이 몬스터를 잡고 아이템을 획득하여 무기를 업그레이드하면 육아가 더 재미있을 것 같다. 보스몹을 때려잡고 경험치가 쌓이면 다음 맵으로 건너가는 쓸데없는 상상을 하다가 다시 아기를 바라본다.


아기는 예쁘다. 내가 낳았지만 너무 예쁘다. 아기에게서 내 얼굴이 보이면 더 예쁘다. 눈썹이 나를 닮았다. 앙 다문 입도 나를 닮았다. 아기 얼굴을 하나하나 찬찬히 관찰하며 나 닮은 구석을 부리나케 찾아봤다.


갑자기 아기가 깨어 나와 눈이 마주쳤다. 아기는 코앞에서 본 엄마가 마음에 드는지 크게 소리 내어 웃었다. 아기의 웃음에 마음이 스르르 녹는다. 온전히 아기를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나 소중해서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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