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가림

워킹맘 11

by 나브랭

곧 6개월이 되는 아기는 엄마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면 엄마만 좋아하기 시작했다. 시어머니가 이유식을 떠먹여줘도 아기는 엄마만 쳐다보고 먹었다. 아빠가 재워보려해도 아빠품에서는 울기만했다. 엄마만 바라보고 팔을 벌려 보채기 시작했다. 시력이 좋아졌는지 눈을 휘둥그레하게 떠서는 고개를 치켜든다. 꽤나 멀리까지 볼 수 있게 된 아기는 내가 움직이는 모든 곳을 바라봤다.


아침에 출근하는 나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부엌으로, 화장실로, 옷방으로 눈동자가 부지런히 뒤를 쫓는다. 아직 기어다니지도 못하는 녀석이 어느순간 발 밑으로 와 있어서 크게 놀란 적도 있었다. 연속 뒤집기 신공으로 열심히 뒤집어서 내가 있는 곳까지 이동해온 것이다. 이 조그만 녀석이 엄마를 이렇게도 열심히 따라다니나 싶어 괜히 눈물이 핑 돈다. 내가 이 어린 것을 떼어 놓고 어딜 나가나 싶어서 마음이 아린다.


엄마를 이렇게 쫗아다니는 것도 앞으로 길어야 10년이다. 내 어린시절을 되짚어 봐도 중학교 들어서부터는 엄마랑 손도 안잡으려고 했었다. 나를 이렇게 열렬히 사랑하는 시기도 순간일텐데, 나는 이 시간에 무슨 떼 돈을 벌어온다고 이러고 있나 싶어서 현타가 오기도 한다.


시어머니 말로는 내가 출근하고 나면 그렇게 목놓아 울어재낀다고 한다. 생후 1개월때부터 할머니가 하루가 멀다하고 집에와서 돌봐줬으니 할머니를 몰라볼 리도 없는데도 엄마를 그렇게 찾는다고 한다. 말그래도 아직 젖도 못 뗀 아기를 두고 출근을 하고 있으니 내가 제정신이 아닌건가 매일 생각했다.


워킹맘의 직업동기는 누구보다도 뛰어나다. 매일같이 내가 왜 출근을 해야하는지 생각하기 떄문이다. 남편들은 이렇게까지 매일매일 자신의 출근이유를 생각하지 않을것에 틀림없다. 치열한 내적갈등과 아이의 울음소리를 뒤로하고 힘겹게 출근을 해내는 것이다.


아기의 낯가림이 부쩍 심해져서 걱정이다. 나도 스스로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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