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집요정일때 미치도록 답답했다. 하루 종일 아이와 단 둘이 있는데 코로나 때문에 아무 데도 못 나가고 집에만 갇혀있었다. 턱끝까지 물이 가득 찬 듯한 답답함으로 남편 퇴근만을 기다리고 살았다. 나라는 존재가 사라지고 젖먹이 엄마가 되어있었다. 아기는 그냥 울고 계속 칭얼댔다. 왜 우는지 뭐가 불편한지 알 수도 없었다.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라 남편에게 하소연해도 이해받지 못했다. 출근 안 하고 집에서 애만 보는데 뭐가 힘드냐는 남편의 말에 그만 입을 닫아버렸다. 자신도 일 안 하고 애만 보고 싶다는 남편의 소망은 나를 더 괴롭게 했다.
코로나는 그칠 줄 몰랐고 나는 계속 집에 있었다. 가만히 앉아있다가도 가슴이 답답하고 이유 없이 숨이 가빴다.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육아의 고단함이 한 번에 몰려오면서 스스로를 잃어버린 까닭 이리라. 그러던 중 우연히 동네 도서관의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다. '사각사각 필사방'이라는 카톡 필사 모임이었다. 본인이 읽고 싶은 책을 자유롭게 읽고 마음에 드는 한 구절을 필사해 카톡방에 공유하면 되었다. 시간 제약도 없고 필독도서도 없었다. 손에 잡히는 책을 읽고 기록하기 시작했다. 따로 필사 노트도 없이 쌓여있는 아무 이면지나 골라잡아서 필사를 시작했다.
필사한 구절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고 내 필사를 올리면서 일상에 활력이 돌았다. 해야 할 일이 생기니 육아 중에 짬이 나면 책을 읽었다. 아기를 돌보면서 뭔가에 집중할 수 없어서 고작 유튜브나 봤는데 시간을 독서로 채우면서 위로받았다. 책 읽는 장르는 에세이부터 가벼운 소설, 영어 원서, 육아서 등이었다. 딱히 정해진 독서 스타일도 없었으므로 책이 손에 잡히는 대로 읽어나갔다. 예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으면서 다시 새로운 부분이 보였다.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주문하는 재미도 생겨서 좀 더 건설적인 일과를 보내게 되었다.
육아하며 답답했던 마음이 독서로 노곤노곤 풀어졌다. 필사 방에서 위로받고 공감하면서 혼자 고립되었다는 외로움이 사라졌다. 인간은 역시 사회적 동물이다. 나는 여기서 용기를 크게 얻어 재취업을 꿈꾸게 되었다. 출산 후 재취업까지 딱 5개월이 걸렸다. 짧다고 하면 짧고 길다고 하면 긴 5개월을 보내면서 나는 스스로를 알게 되었다. 나는 사회 속에 속해야 하는 사람이었다. 가족을 돌보고 살림을 하는 것도 대단히 위대하고 멋진 일이지만 나에게 맞는 일은 아니었다. 상호작용이 안 되는 아기와 집에만 있다가는 아무래도 미쳐버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지금 돌이켜보니 이때 나는 가벼운 산후우울증을 경험하고 있었던 것 같다. 게다가 코로나 상황에서 매번 코로나 확진자 뉴스만 들여다보고 있으니 예민하고 답답한 감정만이 치밀어 올랐다. 코로나 상황만 아니었더러도 아기와 공원 산책을 하면서 기분전환을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다행히 지금은 잘 회복해서 씩씩하게 잘 지내고 있으니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