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시절 직장생활을 했을 때 사수가 나에게 깡이 좋다고 했었다. 깡이 좋다는 것은 무슨 의미였을까. 겉보기에는 안 그럴 것 같은데 최종적으로는 일을 해내는 모습을 두고 깡이 좋다고 표현하는 듯했다. 그럼 이건 칭찬인가 비난인가. 애초에 얕보이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 텐데.
나는 덩치도 크지 않고 아주 평범해서 눈에 잘 띄지 않는 사람이었다. 학창 시절 운동장에서 교장선생님 훈화 말씀을 듣다 보면 픽픽 쓰러지는 여자애들이 있었다. 나는 왜 저렇게 가녀리지 않은지 속상했던 어린 시절이 기억난다. 집-회사-집-회사를 반복하는 직장인 시절에는 숨쉬기 운동을 한다고 주장했었다. 너무 힘들어서 다른 운동을 할 기력이 없다는 핑계였다.
아이를 낳고 보니 모든 것이 체력이었다. 어느덧 9킬로가 되어버린 아이를 들어 올리고 안아주기 위해서는 체력이 필요했다. 가뜩이나 없는 체력이 임신 출산을 하면서 사라져 버렸다. 임신 중에 튀어나왔던 배가 출산 후에도 들어가지 않아 전문가에게 물어보니 복근이 없어져버렸기 때문이라 했다. 아이를 낳고 몸이 바로 예전처럼 돌아가는 것이 아니었다. 뱃살을 잡아줄 복근이 없으니 배가 튀어나오는 것은 당연했다. 잘 먹는 것이 미덕이었던 임산부 생활이 끝나니 살을 빼야 한다는 압박감이 밀려왔다. 살을 빼려면 운동을 해야 하는데 운동을 할 시간이 없었다.
갓 태어난 아기는 위장이 작아서 한 번에 많은 양을 먹지 못한다. 1시간 반-2시간마다 젖을 먹여야 한다. 젖을 빠는 것도 아기에게는 대단히 힘이 드는 일이어서 한 번에 15분 동안 먹지 못한다. 2-3분 정도 젖을 빠는가 싶더니 이내 잠들어 버렸다. 15분 수유를 위해서는 잠든 아기를 어떻게든 깨워가며 먹여야 하는데, 그 시간이 1시간이 걸릴 때가 허다했다. 1시간을 잠과 싸워 먹이고 겨우 트림시키고 나면 또 젖먹일 시간이다. 수유하고 트림시키면 또 수유를 해야 했다. 이게 50일 무렵까지 반복되었다. 그때는 너무 힘들어서 남편과 싸울 시간도 없었다. 시간만 나면 잠들어버렸다. 아기를 안고 있다가 그대로 앉은 채로 잠이 들어 버린 것만 해도 여러 번이다. 남편이 놀라서 나를 깨웠었다. 수유에만 신경 쓰다 보니 내 끼니를 챙길 시간이 없었다. 수유 중에는 너무나도 배가 고픈데 나를 위해 식사를 준비할 시간이 없으니 과자만 계속 먹었다.
기억조차 안 날 만큼 힘들었던 시간이 지났다. 아기도 제법 뱃고래가 커져 한 번에 꿀떡꿀떡 먹고 혼자 노는 시간이 길어졌다. 이제 본격적으로 운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긴 것이다. 체력이 없으면 자꾸 신경질만 부리게 된다. 하는 일마다 힘드니까 짜증만 내기 마련이다.
코로나가 심각해지기 전에는 주 3회 끊어놓은 요가원을 한 번도 빼먹지 않고 다녔다. 고작 일주일에 세 번, 한 시간 하는 운동이지만 꽤나 힘들어서 운동을 마치고 나면 땀이 맺혔다. 코로나 2.5단계 조치 이후에는 홈트를 시작했다. 유튜브를 보며 이리저리 동작을 따라 하는데 어찌나 어설픈지 아기가 날 보고 꺄르르 웃어댄다. 아직도 부족하지만 체력을 갖춰서 언제나 활기찬 엄마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