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놈의 살

사랑하는 방법

by 나브랭

살살살 든 것은 다 살 때문이다. 임신 중에 15킬로그램이 증가했고 아기는 2.7킬로그램이었다. 양수나 태반, 임신 중 증가한 혈액량을 대략 5킬로그램 정도로 본다 해도 본격적인 다이어트가 필요하긴 했다. 임신 중에 살이 엄청나게 찐 편은 아니었다고 생각했었지만, 예전에 입던 옷들을 다시 입으려면 노력이 필요했다.


임신 중에도, 출산 이후에도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지 않았더니 덮어놓고 살이 쪘다. 마음 편하게 야식을 시켜먹고도 죄책감 전혀 없는 기간이 있었던 만큼, 먹는 것이 미덕이라 여겨지는 기간을 보내고 난 후 인생 최대로 혹독한 감량의 시기를 맞이하는 것도 필연적이다.


단순히 살이 찐 것 만이 문제가 아니다. 임신 전과 후는 속옷부터 차이가 난다. 손바닥만 한 예쁜 레이스 속옷은 입을 수가 없다. 일명 할머니 팬티라고 부르는 넉넉한 밑위를 자랑하는 헐렁한 속옷만 입게 된다. 매일매일 속상하다. 일단 살만 빼면 될 것 같다. 아니, 일단 살부터 빼고 봐야 한다. 어쨌든 살만 빼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임부복, 수유복의 편안함에 빠져 불어나는 살을 잊고 있었다. 게다가 출산 후에는 모유수유를 위해 무조건 잘 먹어야 한다는 오래된 가르침에 따라 삼시세끼 미역국과 사골국물의 고단백 고열량 식단을 거창하게 먹고 있었다. 특히나 시어머니가 산후조리를 해주는 내 상황에서는 사랑을 꾹 눌러 담아 차려주시는 고봉밥에 한 대접 가득 끓여주시는 미역국을 깨끗하게 먹는 것이 매 끼니마다의 과업이었다.


이놈의 살을 빨리 빼지 못하면 다시 사회로 나갈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감과 살에 대한 죄의식이 어느샌가 나를 옭아매고 있었다. 나를 사랑하지 못하고 있었다. 거울을 보기조차 싫었다. 살이 찐 내 모습을 전부 부정하고 싶었다. 이건 일시적인 것이고, 이건 내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느새 나의 모든 것을 부정하고 있었다. 나를 사랑하는 법을 잊어버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체력으로 버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