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만 하다 시들어버리는 건 아닐까

사랑하는 방법

by 나브랭

아무리 집안일을 제쳐두고 아기만 돌본다고 해도 정말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모유수유와 동시에 유축 수유도 하고 있어서 일거리는 오히려 더 늘었다. 아기 젖병, 유축기 깔때기, 유축 모유 관리가 새로운 살림으로 추가되었다.


아기가 있으니 환기와 청소도 신경 써야 하고, 미친 듯이 뿜어내는 머리카락도 오전 오후 생각날 때마다 쓸어줘야 한다. 모유수유 중에는 밥을 잘 챙겨 먹어야 하니 매 끼니에도 공을 들여야 했고, 무섭게 쌓이는 설거지에 압도당할 지경이었다. 빨래도 끝이 없다. 쏟아지는 아기 빨래와 젖 냄새 풀풀 나는 내 옷 빨래도 무한히 생성된다.


출산과 동시에 회사를 그만두었으니 외벌이 가장이 된 남편에게 언제까지나 살림을 전적으로 떠넘길 수는 없다. 남편은 최선을 다해 살림을 분담해 주었지만, 내가 집에 있는 시간이 더 길었기 때문에 내가 더 많이 살림을 신경 쓰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웠다. 시간은 미치도록 모자랐다. 이때부터 반조리 식품을 주문하게 되었지만, 재료비를 생각하면 아무래도 직접 해 먹는 게 나았다.


모른척하고 있었지만 가계 경제에도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출산 후에 밥해먹기 힘들어서 배달음식을 꽤나 자주 시켜먹었고, 아기용품 구입을 핑계로 인터넷 쇼핑과 온라인 장보기를 하면서 통이 커지기도 했으니까 당연한 일이었다. 육아 스트레스를 온라인 쇼핑으로 풀다가는 돈도, 집안꼴도 다 엉망이 되겠다 싶었다. 가계 경제를 남편이 맡고 있어서 나는 아예 손을 놔버렸다.


경제권을 누가 가지고 있느냐가 신혼 초의 가장 큰 화두임을 고려해본다면 출산 후에 많은 것이 달라져버렸음을 알 수 있다. 결혼 초부터 돈 관리는 남편이 주로 했고 내 월급의 일부분에서 내 용돈을 사용했는데, 이제는 월급이 없으니 용돈도 없어져버렸다. 야금야금 쓰다 보니 내 잔고가 바닥이 보였다. 내 용돈 쓰자고 남편에게 돈을 달라고 하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남편은 단 한 번도 나에게 돈 얘기로 구차하게 한 적이 없다. 그도 눈치를 보게 된다. 그게 참 이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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