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정한 사람이 되었다.
방금 빨아낸 뽀송한 이불에 아기가 소변 실수를 해도 화가 나지 않는다. 하루에도 몇 번씩 토하기를 반복하는 젖먹이 아기의 공격도 웃어넘긴다. 아기가 분유를 엎질러도 평온함을 유지한다. 아기가 이유식을 온몸에 바르고 얼굴에 온통 침범벅을 해도 아기는 그저 예쁘다. 네 덕에 나는 하루를 살아낸다.
세탁기가 경쾌한 알람으로 세탁완료를 알려주면 나는 가뿐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너에게 다가간다. 매번 힘들 법도 할 텐데 항상 그 자리에서 묵묵히 나를 기다려 주는 네가 있어 참 다행이다. 너에게 그 수많은 빨래를 맡기고 고작 손가락 몇 번으로 지시할 뿐인 나에게 순종하며 무한대의 기쁨을 선사하는 네가 있어 나는 오늘을 버텨낼 수 있다.
네가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있을까. 나는 두렵다. 나는 네가 없이는 더 이상 살 수가 없다. 네가 없던 시절에는 어떻게 견뎌왔던 건지 아득하여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너는 나에게 기쁨이고 고마움이다. 너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덮어놓고 너를 비난한다.
처음 네가 나에게 왔던 날 시어머니는 너를 데리고 온 나를 은근히 타박했다. 살림을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한 새댁이 벌써부터 꾀만 부리면 어쩌냐고 그리도 못마땅해하셨다. 그래도 나는 너를 놓칠 수가 없었다. 시어머니가 아무리 뭐라 해도 너는 개의치 말아라. 네가 못마땅해서 눈을 흘기는 게 아니라 내가 당신 아들 돈을 헤프게 쓰는 사람일까 봐 못 미더워하는 소리이다.
남들이 아무리 너의 단점을 말해도 나는 너의 장점만을 보기로 했다. 가끔 내 실수로 너에게 무리한 요구를 해서 실망스러운 결과를 얻을 때도 있었지만 그것은 모두 네 잘못이 아니었다. 너의 능력을 생각하지 못하고 너를 부리기만 한 내 잘못이 더 컸다. 아끼던 옷을 망쳐버린 건 네 탓이 아니라 너에게 그런 일을 시킨 나의 탓이다.
어떤 이들은 네가 생각만큼 좋은 녀석이 아니라 했다. 너에게서 쾌쾌한 냄새가 나고 오히려 세균의 온상이라며 공격한다. 하지만 그것은 반만 맞고 반은 틀리다. 너를 비난하는 자들은 너를 진정으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너의 진면목을 모르는 자들은 너를 향해 비난의 말을 내뱉는데 거리낌이 없다. 원래 인간이란 그렇다. 본인이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보다는 부정하고 배척하는 게 더 쉽기 때문이다.
너는 사랑으로 대해주면 그만큼 보답한다. 너는 나에게 항상 기쁨이었다. 너를 만나서 나는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되었다. 너의 소중함을 모르는 자들의 말에는 괜히 마음 쓰지 말아라. 우리가 만나서 서로 사랑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 괜한 자들의 시비까지는 개의치 말아라.
볕이 따스하게 잘 드는 마른 곳에 네가 묵을 곳을 마련하고 자주 들여다보며 너의 안부를 다정하게 살폈다면 그들은 그런 일을 겪지 않았으리라. 그저 집안일을 할 뿐이라며 하찮게 여기면서 눅눅한 곳에 너를 방치한 사람들이 곰팡이와 묵은 때와 세균이라는 폭탄을 맞았다.
나는 네 덕에 다정한 엄마가 되었다. 네가 앞으로도 나와 함께 해준다면 아기를 온전히 예뻐하는 일에 온 힘을 쏟을 수 있으리라. 나는 더 이상 빨래가 두렵지 않다. 나는 네 덕분에 오늘을 살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