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은 아기로 채워졌다. 분명 하루 종일 아기를 보고 있는데 유난히도 새롭게 느껴지는 날이 있다. 바로 그런 날이었다. 갑자기 아기가 쑥 커버린 느낌이다. 팔에 쏙 안기던 신생아는 갑자기 묵직해지고 다리가 길어졌다. 매일의 성장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데 문득 오늘처럼 폭풍성장을 느끼는 날이면 새삼스럽다. 인간이 이렇게나 빠르게 성장하는 시기가 또 있을까. 아기의 성장이 기특하다.
모로 반사로 팔다리를 허우적 대던 아기는 혼자서도 훌떡 뒤집기를 한다. 속사 개를 싸놓기 무섭게 풀어젖히던 꼬물이는 팔다리를 쭉 쭉 펴고 용트림을 한다. 고작 5개월이 지났을 뿐인데 한 인간으로 부지런히 크는 것이 놀랍고 신기하다.
임신 중에는 존재만으로 사랑스럽던 아기는 태어난 이후 존재만으로도 나를 힘들게 했다. 왜 우는지 모르는 아기를 이만큼이나 키워냈다는 뿌듯함은 매일 찾아오지 않는다.
가끔 아기가 유난히도 낮잠을 잘 자는 날이면 아기를 가만가만 쓸어본다. 오늘이 되기 위해 수많은 날들을 견뎌왔다. 내가 잃은 것보다 아기를 얻은 것이 결코 아쉽지는 않다. 그걸 알면서도 괜히 힘들다 투정을 부렸다. 아기를 만나기 전으로 시간을 돌릴 수 있다 해도 나는 절대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힘들고 지치면서도 나는 또다시 이 길을 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