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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브랭 Oct 23. 2020

요가 어디까지 해봤니

산후요가

임신 전에도 딱히 운동인은 아니었다. 월등히 우수한 수련생은 아니었지만 구석에서 강사의 동작을 그런대로 따라 하던 평범인이었다. 가장 오래 꾸준히 운동한 것은 고작 1년 정도지만 요가는 내가 천천히 조절하면서 할 수 있는 운동이라 출산 후 처음 하는 운동으로는 제격이라고 생각했다.


충격적인 자아인식 이후 임신 전까지 다니던 요가원에 등록했다. 상담직원은 너무나 반갑게 그동안 어디 다녀오셨나며 상냥한 서비스 멘트를 날렸다. 아기 낳고 왔다는 말을 하기에는 입이 떨어지지가 않아서 멋쩍은 미소만 띠며 대답은 회피했다. 거의 일 년 만에 다시 측정한 인바디는 운동인이라면 뒷목을 잡고 혀를 끌끌 찰 정도로 형편없었다. 요가강사는 꾸준히 수련하면 건강하고 날씬한 체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위로했지만 씁쓸하기만 했다.


전에 입던 요가복을 그대로 입자니 운동하는 기분이 나지를 않아서 원색으로 아주 화려한, 몸에 딱 붙는 하의와 상의를 구입했다. 하지만 대 실수. 임신 전에 입던 사이즈로 주문했더니 옷에 몸을 겨우 끼워 넣어야 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걸 입고 운동하면 피는 통하겠냐는 남편의 우려를 뒤로하고 억지로 억지로 악착같이 입어내고는 요가원에 갔다.


분명히 해냈던 동작인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삐걱삐 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것만 같다. 그런대로 겨우겨우 동작을 흉내 내는데 뭔가 잘못되어가는 느낌이었다. 아뿔싸. 젖이 줄줄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도 오랜만의 바깥활동이라 수유패드를 깜박하고 나온 것이었다. 요가 어디까지 해봤냐고? 젖 나올 정도로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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