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브랭 Oct 23. 2020

처음 보는 나

나도 엄마가 처음이라

거울 속의 나를 찬찬히 들여다본다. 머리카락은 빠져도 빠져도 끝이 없는데 아예 다 빠져버릴 작정인가. 제멋대로 자란 눈썹 털은 자기주장이 강하다. 피부관리를 받아본 건 고사하고 로션이나 찍어 바른 것도 까마득하다. 충혈된 눈에 칙칙한 눈 그늘까지 더해지니 쾡하니 추레하다.


쿰쿰한 젖 냄새를 풍기는 축축한 어깨는 뻣뻣한 뒷목과의 환장할 만한 콜라보레이션으로 피곤을 달고 있다. 수유 직후의 가슴은  형편없이 축 져 버린 것이 목욕탕에서 자주 봤던 바로 그 모습이다. 아아. 임신 중 한껏 부풀었던 배는 아직도 너벌너벌하니 툭 불거져있다. 유난히 튼살이 잘 생기는 체질이라 복부와 옆구리에 온통 번개 자국이 잔뜩이다. 투실투실한 허벅지에 늘어난 체중으로 시큰한 무릎까지. 이만하면 총체적 난국이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하나 고민하다 그냥 울어버렸다. 아기도 울고 나도 울었다. 현실은 악몽이다. 여자로서는 이제 끝나버렸구나. 동네 목욕탕 가면 아주 흔하게 있는, 뱃살 두둑한 그저 그런 평범한 아줌마가 되었구나. 처음으로 나를 자각한 순간은 너무나 비참하고 초라했다.


엄마가 되는 숭고함과 기쁨 뒤에 있는 그림자는 아무도 이야기해 주지 않았다.

작가의 이전글 요가 어디까지 해봤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