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좀 나갔다 올게

나도 엄마가 처음이라

by 나브랭

자책은 숨 쉬듯이 일어나고 우울과 괴로움은 켜켜이 스민다. 스스로를 비난하는 나를 발견한다. 아기 낳고 살찌는 사람들을 보고 내심 한심해했었는데 나도 다를 바 없다. 남들은 10킬로그램 이상을 가뿐히 빼고 사회로 복귀하는데 나만 가라앉았다. 출산 이후 만나는 사람은 남편과 시어머니뿐이었다. 마음 편히 대화 나눌 대상도 없었다.


어느 날 새벽 수유 중에 아기가 온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잘 먹으려 하지 않길래 짜증을 겨우 참아가며 달래고 있었는데 남편은 나에게 버럭 하며 아기를 빼앗아갔다. 아기한테 성질내지 말라고 훈계를 늘어놓았다. 젖도 안 나오는 사람이 피곤을 이겨내며 죽을 둥 살 둥 젖먹이는 나한테 입찬소리만 해대니 기가 막혔다. 아주 대단히 훌륭한 말씀의 일장연설을 듣고 있자니 그저 목놓아 울고만 싶었다.


체력만 좀 더 있었어도 되받아 버럭 하고 싶었다. 이렇게 된 것은 내가 살찌고 후줄근해져서 그런 것이다. 수유 때문에 앞섶은 항상 젖어있고 몸에선 젖 냄새가 풀풀 날린다. 이대로 평생 집에만 처박혀서 젖만 먹이다 끝날 것 같다. 자기혐오와 모성신화, 그리고 수유 스트레스까지 더해져서 딱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이대로 있다가는 내가 죽을 지경이었다.


나 좀 나갔다 올게.


다음날 아기를 남편에게 맡겨두고 무작정 나왔다. 내가 없으면 아기가 굶을까 봐 안절부절못하던 마음도 내려놓았다. 모유가 없으면 분유를 먹이면 된다. 모유수유 예찬론을 펼치는 사람이 엄마 본인이 아니라면 그놈의 입을 당장이라도 찢어놓겠다. 자기 일이 아니라고 쉽게 말하는 건 죄악이다.


3월 초 겨울바람이 아직도 싸늘할 때 아기를 낳았는데 어느새 벚꽃이 지고 있었다. 나한테만 시간이 멈췄다. 입고 나온 옷도 절에 맞지 않게 후줄근했다. 바람에 벚꽃잎은 흩날리고 수유복을 입고 아기 없이 덜렁 나온 나만 생뚱맞았다. 봄날 벚꽃길에서 가장 안 어울리는 존재로 서있었다. 바람이 눈을 때려 시렸다. 그래서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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