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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브랭 Nov 20. 2020

회사, 육아, 가사

워킹맘

회사에서 잘 나가는 워킹맘들을 보면 돈으로 시간을 사고 있었다. 아이 봐주는 시터, 가사도우미를 풀타임으로 고용하고 그녀의 월급 거의 대부분을 육아, 가사에 지불했다. 그나마 가족이 돌봐주는 경우라면 좀 낫겠지만, 워커홀릭인 워킹맘은 거의 회사에 미쳐 살았으니 워킹(맘)이라고 뭉뚱그리면 그녀들은 오히려 속상해할지도 모른다.


적당히 존재하는 워킹맘들은 회사에 힘을 빼고 살았다. 새로운 사업을 벌이지 않고 기존에 하던 일을 무난하게 유지하면서 매일매일 비슷한 일을 했다. 그녀들은 회사에서 퇴근하면 가정으로 다시 출근한다. 육아에는 퇴근이 없는데 항상 로그인해서 살아가는 기분일 것이다.


그냥 일상을 사는 것도 쉽지 않다. 애들 팽개치고 나와서 출근하는데, 회사에서 고과도 잘 받지 못한다. 매일 새로운 아이템이 떡하니 나와주는 것도 아니니 머리 싸매고 고민해도 될까 말까 고민의 연속이다. 일-육아-일 끝없는 다람쥐통에 갇혀 존재가 닳아버린다. 삶에서 여유가 없으니 매사에 능률도 오르지 않고 늘 제자리에서 종종 거린다.


나도 마찬가지다. 회사, 육아, 가사에서 얼마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생각하니 한숨만 나온다. 회사에서는 루틴 업무에 타성화되었고, 네발기기를 시작한 아기와 놀아주는 것도 체력이 부족하다. 집안일에는 항상 재미가 없었다. 그렇다면 나는 잘하는 게 아무것도 없는데, 그걸 다 잘해야 한다고 압박받고 있었다.


워킹맘 선배와 티타임을 하면서 약간의 힌트를 얻었다. 선배는 워킹맘은 회사, 육아, 가사의 세 가지를 줄타기하는 사람이라 했다. 선배의 답은 경쾌했다. 회사, 육아, 가사 세 과목에서 평균 60점만 넘으면 합격인데, 단 한과목도 과락이 나지 않으면 된다고 했다. 전과목 만점이든 딱 턱걸이 60점이든 합격은 똑같은 합격이니 쓸데없이 전력투구 할 필요가 없었다. 막막한 워킹맘 라이프에 빛을 찾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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