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 < 맘카페라는 세계 > 가 발행일을 기준으로 출간 1주년을 맞았다. 이맘때쯤인 것 같아서 찾아보니 내 책의 첫 생일이 맞다. 내 새끼 생일은 엄마인 나라도 챙겨줘야지. 출간 1주년을 자축하고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기록하기 위해 적어본다.
출간 직후가 아닌데 작가로서 감사하게도 여전히 내 책을 읽고 리뷰를 적어주시는 걸 본다. 당장 그저께도 아파트 커뮤니티 카페에 내 책을 읽는 사람을 보고 혼비백산할 뻔한 정신 상태를 꾹 누르고 조용히 커피만 들고 나왔다. 내가 늘 가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놀란 것 같다.
판매 시장에는 첫 끗발이 개끗발이라는 말이 있고, 더욱이 출판 시장 분위기는 그저 그렇다. 그래서 1년쯤이면 관심이 알아서 소멸할 줄 알았는데 아직까지 회자되는 걸 보면 책을 쓴 나도 나도 신기하다.
예상대로 책의 평가는 다양했다. 한때는 신기한 마음에 에고 서칭을 열심히 했었다. 감사하게도 여러 매체에서 다뤄주셨고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다. 호평 내지는 혹평도 있었다. 독자가 좋아하는 책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속시원히 해주는 책이다. 지금 시점에 반드시 필요한 소리를 내놓는 것이 내 책의 목적이었기에 책의 호불호는 개의치 않는다.
다만 문장으로 분명하게 썼는데 따로 해석하는 말들을 마주하면 물 없이 퍽퍽한 밤고구마를 먹는 느낌이었다. 예컨대 파파카페가 생겨나기를 바란다는 챕터의 결론은 정말로 파파카페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요즘 문해력이 많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어휘력의 문제보다 지구력과 인내심의 문제 같다는 생각이다. 그럼에도 이건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거다. 일종의 저자가 짊어지는 숙명인가 보다.
그동안 인터뷰 요청 외에도 교수님들의 연락, 국회에 가서 같이 이야기하자 등등 다양한 제안이 있었지만 정중히 사양했다. 나는 내가 주목받자고 책을 쓰지 않았고 웬만하면 책으로 말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세상에 튀어나올 필요가 있으니 썼을 뿐이다.
1년 동안 겪어보니 얼굴 없는 작가 역할은 장단점이 있었다. 내가 굳이 나서지 않는 이유를 내가 무슨 약점이 있을 거라고 지레짐작하며 캐내려는 경우도 있었다. 단언컨대 그런 건 전혀 없다. 무례함을 겪어보니 단점은 아직까지 감수해야 할 것 같다.
한편으로 세상이 내 책에 계속 관심을 갖는 건 슬픈 일이다. 왜냐하면 엄마라는 존재와 육아에 대한 불호, 혐오가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책에는 저출산으로 낯설어지는 엄마의 존재, 육아와 가족이 행복이 아닌 세태에 대해 썼지만 그것보다 더 뿌리 깊고 거대한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다.
아직은 내 생각을 조금밖에 꺼낼 수 없지만, 어쩌면 우리는 모두 엄마의 따뜻한 모성 속에서 자라온 게 아닐 거다. 엄마에 대한 혐오는 이런 개인들, 사회 전체에 부정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무의식의 투영이라는 생각이다.
출산율이 조금은 반등할 것 같아 위기의식이 흐려진 것 같지만 세상은 무엇이 나아졌는지 체감할 수 없다. 나는 여전히 우리 아이들에게 여전히 미안한 마음이다. 그래서 나는 머릿속을 떠나지 못하는 그 주제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