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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

내 아이 떡잎은 무엇일까?

잘 자랄 나무는 떡잎만 봐도 알 수 있다

아이가 바른말을 쓰거나 인사성이 바를 때 어른들은 흔히 "어허 그놈 떡잎부터 다르구먼" 하고 칭찬을 한다. 떡잎이라고 하면 앙상한 나무에 잎이 자라 앞으로 잎이 무성해지고 가지도 잘 뻗고 열매가 주렁주렁 열릴 것을 미리 예견할 때 비추어 사용하는 말이다.


잘 자라서 크게 될 사람은 어릴 때부터 남달리 장래성이 엿보인다는 말로 쓰이는데 '정말 그럴까?' 하는 의문을 가질 때도 있었지만 많은 아이들을 만나다 보니 각자의 재능이 떡잎으로 미리 보일 때가 있다. 남의 얘기뿐 아니라 나의 어린 시절을 되짚어 보면 지금의 직업을 갖게 된 것이 이해가 된다.


내 어린 시절 유난히 좋아했던 것을 꼽으라면 세 가지다.

돌 위에 흙과 꽃잎, 식물들을 가져다가 밥상을 차리며 놀았던 것. 이때 동네 꼬마들 모두 불러 모았다.

학급 문구의 책들을 샅샅이 훑으며 책을 읽었던 것.

초등학교 6학년 때 했던 아르바이트다.


이런 나의 어릴 적 행동은 성인이 되어 결국 직업으로 모두 이어졌다.

첫 번째는 유치원 교사와 요리강사로,

두 번째는 버킷리스트에 적어 둔 작가의 길로

세 번째는 경제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물론 모든 사람의 케이스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하고 싶은 이야기는 경제강사를 할 수 있었던 떡잎에 대한 것이다.


어렸을 때 특별히 경제교육을 받은 기억이 없어 내 아이만큼은 적어도 경제관념은 확실히 알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경제학교를 참여하며 동기부여를 제공했고, 플리마켓과 용돈관리를 꾸준히 하며 어느새 그 경험으로 학교 경제캠프에 강사로 서게 되는 기회가 되었다. 지금은 부동산, 용돈관리, 수입 창출 등 경험이 쌓이다 보니 종종 경제자문을 구하는 지인에게 컨설팅을 해주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고 작가, 내가 이번에 이사를 해야 하는데 어떤 형태로 집을 선택해야 할까?" 등의 자문을 받는다.


하지만 남편을 만나기 전까지 나는 경제관념이 빵점인 줄 알고 살았다. 돈이 있으면 써야 직성이 풀렸고 없으면 궁핍하게 사는 것이 당연한 것인 양 생각했다. 돈이 없으면 안 쓰면 그만 일 뿐 만드는 방법을 몰랐었는데, 돈을 모으는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는 남편과 뜻을 같이 하다 보니 어느새 여러 분야의 경험들을 함께 공유하며 '돈도 모을 줄 알아야 모인다'는 아주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재미를 느끼고 있다.(하지만 주식은 아직도 관심 밖 문외한이다.)

어린이 경제학교 / 쓰기, 나누기, 모으기 '세개의 잔'


돈 관리에 있어서 만큼은 경제관념이 없는 줄 알고 살았는데, 문득 지난날을 돌아다보니 내게 경제에 대한 떡잎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 떡잎은 바로 30년도 더 이전인 초등학교 6학년 과거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야 한다.


태양이 뜨겁게 내리쪼이던 여름,

아침부터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13살 아이는 엄마가 싸준 밥과 김치 도시락을 들고 아줌마들과 함께 경운기에 올라탔다. 덜컹 거리며 엉덩방아를 찧기를 여러 번 엉덩이에 감각이 무뎌질 즈음이 되면 산속 깊은 곳에 자리한 홉 밭에 다다른다.

홉 밭, 홉 꽃, 맥주의 원료가 되는 홉이다. 홉은 덩굴식물로 암곷이 성숙하면 향기와 쓴맛이 있어 맥주에 독특한 향로료 쓰인다. 주로 대관령일대 고지대에서 재배하고 있다(두산백과)

경운기에서 내려 포대자루를 하나씩 배급받고 한쪽에 마련된 그늘에 자리 잡고 앉는다.

산더미처럼 쌓인 홉의 줄기를 잡고 호프 꽃을 따기 시작한다.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꽃을 따서 자루에 담아보았자 한나절이 가도록 절반도 채우지 못한다.


점심 도시락을 먹고 다시금 자리에 앉아 부지런이 해 질 녘까지 꽃을 따다 보면 손끝은 어느새 거뭇거뭇 물이 든다. 거칠어진 손끝을 바라볼 새도 없이 포대자루에 가득 담긴 홉을 저울에 올려 무게를 잰다. 그 무게에 따라 오늘의 임금이 정해진다. 지금은 그 수치를 잊어버렸지만 그 당시 하루 3,000원~5,000원 사이의 아르바이트비를 받았다. 그렇게 1주일을 꼬박 아침 일찍 일어나 눈곱도 떼기 전 경운기에 몸을 실어 홉 밭을 향했다.


함께 하루 일당을 벌러 온 아주머니들은 초등학생이 기특하다며 칭찬을 했지만, 채워지지 않는 자루를 보며 속상하고 억울하기만 했다.


내 자루의 홉과 아주머니 자루의 홉 양은 눈으로 보기에도 확연히 차이가 났다. 어떤 분은 홉을 내 자루에 넣어주기도 하셨고, 내 무게보다 더 반올림하여 그날의 일당을 계산해 주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남편과 뜻을 같이하여 절약하는 일이나, 억척같이 집을 건축하게 된 일 (01화 나는 2억을 포기했다. (brunch.co.kr))이나 아이들에게 남다른 용돈 교육이 가능하게 된 이유가 어린 시절 경험한 용돈벌이임을 자신하지만 정작 내 부모님은 나의 이런 수고와 노력을 기억하지 못하신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그 시절 나의 행동을 보고 부모님의 자극과 칭찬이 있었더라면 남편을 만나기까지의 20년을 경제관념 빵점으로 허비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부모교육을 위한 강의를 할 때 단골로 하는 말이 있다.

당신의 자녀가 지금 무엇에 관심이 있고,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는지 관찰하고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말라고 말이다. 하지만 이 말에 고개는 끄덕거릴지언정 집에 도착한 순간 강사가 한 말은 모두 까먹고 어느 순간 소리 지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 일상이다. 그렇다 할 지라도 다시금 돌아보자.


'내 아이의 떡잎은 무엇일까?'

'무엇을 좋아할까?'

'무엇으로 칭찬할까?'


칭찬거리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면 코로나 시대 방구석 옹기종기 부대낌이 버겁더라도 밀가루 날리며 베이킹도 해보고, 레스토랑 놀이, 세차장 놀이, 물건을 사고파는 놀이, 책 읽는 놀이, 글쓰기 놀이, 게임, 뒹굴거리며 함께 영화보기 무엇이든 좋다.


 아이의 20년 후 떡잎이 스치듯 지나갈 것이다.


아이의 재능보다 부모의 태도가 더 중요하다. 아이가 어느 분야에 관심을 표현할 때, 그것을 부모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포용력이 있어야 한다.
(공부보다 공부 그릇 中에서... 심정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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