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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바꿀 수 있을까?

내겐 아이가 두 명이 있다.


하나쯤 더 낳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지만 한 아이마다 2억이(몇 년 전 데이터이니 지금은 두배라 생각한다.) 넘게 든다는 양육비의 수치에 나와 남편은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두 아이를 키우며 자식 욕심이 더 났다. 동생을 입양하겠다고 하니 아이가 강력히 반대했다. 언젠가 지인의 아가를 예뻐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며 자기가 받을 사랑이 뺏길 것 같아 싫다고 고백했다. 초등학생 저학년의 어린아이 입에서 나온 말이라 더 이상 입양에 대해 말할 수 없었다.


아이가 싫다고 하니 그걸 핑계 삼아 더 밀어붙이지 못했다. 아니, 용기가 부족했다.


우연히 교회에서 진행된 엄마를 위한 역량강화 프로그램 '선한 엄마'에서 현재 건강한 입양가정지원센터 센터장으로 있는 이설아 대표를 만나게 되었다. 벌써 10년 전이니 그녀의 입양 전투를 지켜봐 온 것도 어느새 10년이다.


이설아 대표는 3명의 입양자녀를 두고 있다. 모두 공개입양이다. 10년 전만 해도 공개입양에 대한 시선은 냉담했지만 비공개에서 겪는 혼란을 최소화하고자 과감히 공개입양을 결정했다. 그녀의 가족 구성원 다섯 명(부모와 자녀 셋)은 모두 다른 엄마의 뱃속에서 태어난 마음으로 맺은 핏줄이다. 서로 다른 기질을 가지고 아웅다웅 살을 비비고 사는 일은 녹록지 않았다. 정말 다시 물리고 싶은 마음을 가질 만큼 힘들어할 때도 있었다. 얕게 부는 바람에도 흔들렸던 인간의 나약함을 겪은 후 지금은, 입양으로 어려움을 겪는 다른 가정을 온몸으로 돕고 있다.


사람들은 '입양'이라고 하면 모두 착한 자만이 가질 수 있는 너그러움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 이 대표가 힘들어했던 부분도 이 대목이다. 그녀가 쓴 책 '가족의 탄생'에서 '안 착한 입양가족'이라는 문구를 애써 집어넣은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10년 동안 그녀를 지켜보며 응원했고, 몇 년 전부터는 건강한 입양가정지원센터에서 하는 입양지원 서비스에 객원 스텝으로 참여하고 있다. 수많은 입양가족들을 보며 내가 내린 결론은 모든 문제의 원인은 입양이냐? 아이냐? 가 아닌 기질상 서로 겪는 어려움이 더 크다는 것을 경험했다. 여기에 입양의 이슈가 더해질 뿐이다.


2021년 1월 18일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사가 전국을 시끄럽게 하고 있다. 코로나 백신 얘기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입양에 대해 다시금 접근하자는 의도의 발언이 도를 넘어섰다.


"입양 부모의 경우에도 마음이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일정 기간 안에는 입양을 다시 취소한다든지, 아이하고 맞지 않을 경우 입양 아동을 바꾼다든지 여러 방식으로 입양을 활성화해 나가야 한다"라고 했다. 야권과 시민단체의 비판이 솟구치자 청와대는 "이 말은 입양 활성화를 위해 입양제도를 보완하자는 의미였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미 말은 천리를 가고 엎질러진 물이 되었다.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는 일이다.


주변에 많은 입양가족들이 있다. 그들이 겪었을 아픔을 난 콩알만큼도 모른다. 얼마 전 정인이 사건만으로도 눈물의 나날을 보내고 있음을 알고 있는데, 엎친데 겹쳐서 더 큰 고통을 던져주었다. 그들이 공개 입양하며 피 토하듯 애쓴 수고가 와르르 흘러내릴 만큼 무너져 가고 있다.


자식이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고,

엄마 뱃속에 다시 집어넣을 수 있을까?


우린 이미 알고 있다. 자식을 태어나기 전 뱃속으로 다시금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입양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살다 보면 어려움도 겪고 슬픔도 겪는다. 고난을 겪으며 더 성장하기도 한다. 인내의 고통이 클 때는 내 자식을 물리거나 바꾸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 중심을 바라보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노력해도 안된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청해야 하고 나라가 이런 일에 제도적인 도움을 주어야 한다.


아이를 쇼핑하듯 진열대에서 고를 수 없다.  나도 그랬고, 내 자녀도 그렇다. 우린 골라서 만난 가족이 아니라 운명처럼 맺어진 가족이다. 이것은 핏줄을 가졌거나 갖지 않았거나 변하지 않는 진실이다.


파양 되었을 때 입양인이 갖는 두려움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그들을 더 이상 상처 구덩이로 내몰지 말았으면 한다.


그렇다면 입양 이 후 문제에 대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입양사후서비스다. 양육을 하는 엄마들이 갖는 스트레스에 더해져 입양에 대한 이슈를 안고있다.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도 필요하지만 입양동지들을 만나 서로 공감하고 연대하여 좋은 부모로 함께 성장해 가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가 혼자 클 수 없듯, 입양부모도 혼자 이겨내기는 힘든 일이다.  


입양에 대해 고민이 있다면 건강한 입양가정지원센터로 문을 두드려보시길 바랍니다.(아래 링크)

건강한 입양가정지원센터 (guncen4u.org)

"입양이 이런 줄 알았다면" 고백하는 이유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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