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판 여기저기 꽃이 피기 시작합니다. 꽃구경도 좋지만, 가족의 먹거리가 늘 고민인 엄마는 이곳저곳에 돋아있는 쑥이 꽃보다 먼저 보입니다. 그냥 지나칠 수가 없군요. 꽃구경은 뒷전이고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쑥부터 뜯고 봅니다.
지난 주 생쑥을 이용한 쑥버무리를 소개했더니 제주도에 계신 노니 작가님은 어머니와 쑥을 뜯었던 추억을 떠올렸어요. 부지런한 어머니가 만들어 주었던 쑥버무리, 쑥개떡이 떠오른다고 했지요. 방앗간용 맵쌀, 찹쌀은 쉽게 구하기 어려우니 마트용은 가능한지 댓글을 주었답니다.
마트에서 판매하는 가루는 오랜 보관을 위해 쌀을 바싹 말려 찧는답니다. 흔히 건식 가루라고 하는데 떡집에서 찧은 습식 가루보다 입자가 곱고 건조해요. 찜용으로 쓰기보다는 요리 시 첨가용으로 주로 사용되지요. 예를 들면 치킨반죽을 만들 때 찹쌀가루를 섞는 것, 김치를 담글 때 찹쌀풀을 쑤어 사용하는 정도입니다.
그렇다고 건식으로 쑥떡이 전혀 불가능한 건 아니에요. 습식 가루에 비해 바싹 마른 건식 가루는 반죽할 때 물을 더 많이 넣으면 됩니다. 물론 습식과는 입자 굵기가 달라 식감의 차이는 있습니다.
그럼, 건식 찹쌀가루를 이용하여 맛있는 쑥 인절미를 만들어 볼까요?
쑥 인절미 만들기
(한 접시 양_2인분)
재료:건식(마트용) 찹쌀가루 150g(종이컵 1컵), 물 150g(찹쌀가루 건조 상태에 따라 물은 가감), 소금 1/2작은술, 설탕 15g(1큰술), 쑥 100g
도구:유리볼 & 냉면기(전자레인지 가능한 것), 주걱, 숟가락, 방망이, 넓은 접시, 인절미 담을 접시
쑥은 잡티를 제거하고 깨끗이 씻습니다.
소금 1큰술을 넣고 끓는 물에 10분 내 외로 쑥을 삶아 씻어 건져서 잘게 썰어 놓습니다. (쑥을 손으로 비볐을 때 살짝 물러질 정도)
물 150g(1컵)에 소금과 설탕을 넣고 녹을 때까지 저어줍니다.
찹쌀가루에 위의 물을 넣고 가루가 날리지 않도록 골고루 섞어줍니다.
찹쌀 반죽에 랩을 씌우고, 구멍을 2~3군데 젓가락으로 뚫은 후 전자레인지에 3분간 돌립니다.
전자레인지에서 찹쌀 반죽을 꺼내어 나무주걱이나 숟가락으로 섞어줍니다.
다시 랩을 씌우고 전자레인지에서 3분간(익은 상태에 따라 가감) 다시 돌려줍니다.
떡 반죽에 쑥 삶은 것을 넣고 방망이에 설탕물을 묻혀가며 콩콩 찧어(찰기를 위한 것) 줍니다.
한데 뭉친 떡 반죽을 콩고물에 묻혀 칼이나 스크래퍼로 자른 후 접시에 보기 좋게 담아냅니다.(단맛이 덜하다면 콩고물에 설탕을 첨가해주세요.)
# 주의: 전자레인지에 돌린 떡은 쉽게 굳기에 당일 먹습니다.
쑥 인절미 완성
쫀득쫀득 '쑥 인절미'가 완성되었나요?
접시에 가지런히 담아보세요. 귀여운 꽂이가 있다면 살짝 꽂아볼까요? 저는 간식을 만들어 놓고 수업을 가야 했어요. 귀가한 아이들이 엄마사랑을 느끼며 먹으라고 편지를 써서 놓아주었죠. 날짜를 보니 2017년 3월 30일이었네요:)
어느새 시간이 흘러 먼 추억이지만 이때의 쑥 인절미는 엄마인 저에게도, 아이들에게도 그 쑥향만은 마음속에 남아 있답니다. 아이와 쑥 뜯으러 들로 산으로 다녔던 추억도 떠오릅니다.
엄마에게 화답하듯 큰 아이는 집에 설치된 CCTV를 보며 하트를 표현해 주었고, 둘째는 카드를 그려 편지를 썼어요. 수업을 하고 귀가하니 아이들의 화답에 힘들고 지친 마음이 사르르 녹아요.
봄이 가기 전, 쑥 인절미 어떠세요?
아이와 쿵덕쿵덕 방망이 찧으며 즐거운 시간이 될 거예요.
브런치에 용돈 교육, 사는 이야기, 전원주택, 요리와 동화 글을 쓰고, 글을 엮어 책을 만듭니다.
그 중심에는 언제나 사랑하는 남편과 두 아이가 있습니다.
작가의 책이 궁금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