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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도서관에 요리하러 간다!

도서관에서 요리 어떠세요? 

당신은 도서관에 무슨 일로 가세요? 공부하러 가는 고시생? 아니면 신문 보러 가는 퇴직자이신가요? 어쩌면 더위나 추위를 피해 아늑한 공간을 즐기러 가는 이도 있겠죠. 아이 독서 교육하러 어쩔 수 없이 가는 이도 있을 거고요. 그런데 말입니다, 저는 도서관에 요리하러 갑니다. 도서관에서 요리한다? 고전과 인문학 책들이 가득한 곳에 고소한 냄새를 발산하며 요리할 곳이 있을까? "아하, 매점에 계신가 봐요?"


도서관에서는 움직임도 적은데 왜 그렇게 빨리 배가 고파오는지……. 따박따박 시간 맞춰 배꼽시계는 울립니다. 옆 사람에게 들릴까 마음보다 몸이 먼저 매점을 향한다지요. 도서관에서 먹는 라면은 왜 그리 맛있는지, 그것도 기나 긴 자격증 공부에 지치고, 매번 먹는 라면에 물린 취업준비생이라면 도서관 생활 빨리 탈출하고 싶다고 목놓아 외치겠지만 가끔 가는 건 즐거울 뿐이죠. 하지만 저는 매점에 출근하는 사람도 아니랍니다.


그럼 대체 도서관에서 어떻게 요리를 한답니까?


이미 여기까지 읽으면서 눈치 채신 분들도 있겠지요. 저는 도서관 요리 강사입니다. '책 보고 요리보고' '책과 함께하는 요리' 요리 프로그램도 다양합니다. 제가 도서관에서 요리하게 된 건 요리 강사를 시작하며 경력 쌓을 겸 첫발을 디딘 곳이 도서관이었어. 첫 요리강의 도전이었기에 꼬마 수강생들 앞에서도 어찌나 떨리던지, 온몸이 긴장으로 쫄깃해지는 경험이라고나 할까? 꼬마 수강생이 재미없다고 하면 어쩌나! 무척 소심한 생각들이 내 가슴, 머리를 파고든 적도 많았지요.


도서관에서 요리수업을 하는 가장 큰 목적은 책과 친해지도록 하기 위함이고, 도서관에 한 번 더 오게 하는 것이라죠. 도서관 요리는 스토리텔링입니다. 어린이들에게 다정다감한 목소리로 책을 읽어주고 요리와 연결하여 이야기하면 수강생들 모두 공감하며 책을 읽게 되는 자연스러운 연계가 일어나니 부모님들이 참으로 좋아합니다. 어린이들에게 요리는 눈, 코, 입, 귀, 촉감까지 오감을 자극하니 요리를 하고 나면 더 하고 싶다고, 집에 안 간다고 떼를 쓰는 아이까지 있으니 그 재미는 말로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생계를 위해, 살기 위해 만드는 요리는 가슴 시리도록 슬프고 재미가 없지만, 조물딱 거리며 고사리손으로 만들어내는 요리는 전시관 어느 작품에 뒤지지 않을 만큼 작품성에도 높은 가치를 둔답니다. "역시 내가 만드는 요리가 최고야!"를 외치며 수강자들은 신나게 귀가합니다. 채소를 먹지 않는다는 꼬마 수강생은 얼굴을 가릴 만큼 커다란 채소를 단숨에 먹어버리는 기적이 일어나기도 하죠.


도서관에서의 요리


도서관 요리는 꼬마 수강생들에게만 있나요?


그럴 리가요? 가끔 자녀들의 간식을 위한 '명품 간식 만들기' '책과 함께하는 요리' '나를 위한 요리치료' '조부모와 함께하는 요리' '아빠와 함께하는 요리''가족 요리'등 다양하게 있습니다. 저는 이 중에서도 주부들 대상의 '나를 위한 요리치료' 참으로 좋습니다. 자녀를 학교, 유치원에 보내고 부랴부랴 설거지를 마친 엄마들이 하나, 둘 달려오죠. 커피를 한잔 마시며 잘 지냈는지 안부부터 물어봅니다. 그리곤 본격적으로 요리를 하는 대요,

요리하며 자신의 모습을 새롭게 발견하는 분도 있고, 도서의 감성에 푹 빠지셔서 사춘기 소녀로 돌아가는 분도 계시답니다. 자녀들 줄 간식을 도시락 가득 담아서 가실 때는 한 끼 해결했다며 함박웃음을 짓기도 하지요.

'그날들이 참 좋았습니다' 초록 담쟁이 작가의 책과 함께한 요리시간에......


도서관에서 어떤 요리를 하나요?


도서관에는 싱크대 딸린 요리교실이 없습니다. 이렇다 보니 복잡한 요리를 하는 것에는 제한이 있지만 나름 알차게 준비합니다. 오븐에 노릇노릇 구워내는 '단호박 영양 떡' 여러 가지 채소와 고기, 생파인애플까지 넣은 '웰빙 월남 쌈' 눈이 펑펑 내린 크리스마스트리'축하 케이크' 치즈가 주~욱 '그라탱' 내가 만들어 더 맛있는 '수제버거' 견과류 듬뿍 들어간 팥소'단팥빵' 속이 꽉 찬 '손만두'까지 모두 나열하기가 어려울 정도지만 소개만으로도 꼴깍꼴깍 군침 넘어가네요.

단호박 영양 떡 / 웰빙 월남 쌈 / 치즈 그라탕


도서관에서 요리하기 힘들 텐데 왜 도전하나요?


세상에 힘들지 않은 일이 있을까요? 저는 어느 것 하나 쉽게 거저 얻는 것은 없다고 생각해요. 제가 언제나 달려갈 곳이 도서관 요리요, 도서연계 요리지요. 이유를 말하자면 제게 큰 보람을 안겨주거든요. 도서관에 책 보러 가자고 하면 설레설레 고개 젓는 어린이들이, 요리하러 가자고 하면 손꼽아 기다립니다. 요리가 끝나면 아쉽다며 도서관에서 밤새도록 요리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저의 강의를 신청하고 기다리는 열성 팬들 덕분에 저는 또 도서관에 요리하러 갑니다. 유명 연예인 콘서트 예매 단 몇 분 만에 끝난 다지요? 저의 도서관 요리 프로그램도 몇 분 만에 신청이 끝난다고 하니 어서 서두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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