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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콕 생활의 시작

마스크가 뭐라고

코로나 19 환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며칠째 마스크를 구하러 약국이며 마트를 돌아보았지만 허탕이다. 동생이 살고 있는 구리에 갔다가 비싼 값을 치르고 겨우 5장을 확보했지만 외출할 때마다 마스크를 써야 하기에 더 필요했다. 뉴스에서는 마스크 대란임을 속보와 함께 전했다. 매일 출근해야 하는 남편을 주고 나면 나와 아이들이 쓸 마스크는 없다. 인터넷에서 주문했지만 3주가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에 마스크 사기인가 싶어 주문을 취소했다. 집 근처 마트에서 마스크 확보하여 공지한다는 말에 촉각을 세우던 차에 밴드 알림이 뜬다. 마스크를 10시부터 판매한다고 했다. 공적 마스크가 풀리기 전이었지만 1인 5매 제한이다. 아들과 함께 마스크를 사러 달려갔다.    


모두들 마스크를 사러 왔는지 주차장이 복잡하여 겨우 주차를 했다.  이미 줄이 늘어서 있다. 반값 할인 때도 보지 못했던 긴 줄이었다. 마땅히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지만 아이돌 가수 콘서트 티켓 구입 때와 같다고 할까? 전염병에 마스크가 뭐라고 이렇게 줄을 서야 하는지 헛웃음이 나왔다. 마스크를 사러 온 사람이지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은 줄도 서지 못하도록 했다. 밴드 알림에 부리나케 달려온 덕인지 아들과 함께 10장의 마스크를 확보했다. 내 손에 마스크가 쥐어진 그 순간은 세상을 모두 얻은듯했다. 마스크도 사고 마트 온 김에 먹을거리 사서 기쁘게 집으로 돌아왔다. 


맛있게 점심을 먹고 있는데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코로나 19 지역현황 문자가 연속 울려댄다. 시끄럽다고 끄려다가 익숙한 단어에 문자를 확인하고는 깜짝 놀랐다. 확진자의 동선에 내가 방문한 마트의 이름이 있었다. 이건 또 무슨 일일까? 마음이 콩닥콩닥 뛰었다. 혹시 모를 때를 대비해 아이에게 알리고 동생과의 접촉을 자제하자고 했다. 다른 일은 손에 잡히지 않았다. 확진자의 구체적 동선과 방문시간이 속히 올라오길 핸드폰만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마스크 사러 갔을 때 확진자로 보일만한 미심쩍은 사람이 있었는지 되짚어 보았지만 알 수가 없었다.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데 저녁 무렵에야 확진자의 동선이 게시되었다. 다행히 우리가 마트를 갔다 온 이후 시간에 마스크를 사러 다녀갔다는 거다. 확진자의 방문으로 마트는 방역을 위해 하루 영업을 하지 않았다.


아들과 나는 확진 자와 방문시간이 겹치지 않았음을 다행으로 여기며 마음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바이러스와의 전쟁이 실감 나는 하루를 맞이하고는 더 이상 외출을 자유롭게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되었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권고를 철저히 따르며 잠시의 외출도 자유롭지 못하다 보니 도심 속에 갇힌 무인도에 있는 느낌이다. 일주일에 필요할 때마다 가던 마트도 이젠 목록을 적어 한 번만 다녀왔다. 택배가 가능한 것은 가급적 택배를 이용했다. 편한 건 있지만 답답하기가 이를 데 없다. 아이들도 외식하고 싶다고 투덜거린다. 불편한 건 사실이지만 우린 받아들여야 한다. 아이들에게 곧 지나갈 일이니 조금씩만 참자고 다독거렸다. 집콕 생활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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