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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님, 오늘부터 휴강입니다.

‘코로나 19가 가져온 방구석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강사님, 오늘부터 휴강입니다.

기한은 미정이고요, 수업 재계되면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2020년 2월 초, 한차례 휴관한 적이 있어서 담담히 받아들였다. 드디어 올 것이 온 건가? 지역아동센터에서 같은 건물 복지관 아동이 확진자와 같은 시간대에 병원을 다녀온 것이다. 동선이 공개되고 복지관, 지역아동센터, 어린이집 할 것 없이 한 건물에 있는 모든 시설이 셧 다운이 되었다. 그 파장은 강의를 가는 내게 까지도 왔다.         


코로나 19란 전염병은 조용한 호수에 물수제비 튀기는 것 같았다. 물수제비를 뜨니 호수가 사정없이 소용돌이쳤다. 돌멩이를 맞은 이도, 그 주변에 있던 이도 모두 호수의 파고에 흔들렸다. 교육부에선 학교의 개학 연기 이야기가 속속 나오기 시작했다. 센터의 휴관에 이어 학교까지 개학 연기라니 이대로 시간이 멈춰 선 듯하다. 방학 때는 강의로 인해 외출이 잦았지만 이젠 아이들도 나도 모두 갈 곳 잃은 망아지처럼 심란하여 마음이 요동친다. 집 콕 생활을 인정해야 했다. 빨리 학교 가고 싶다는 아이들이었는데 개학마저 연기라니 대한민국에 없었던 초유의 사태다.           


학교나 학원에 대해 독촉하지 않는 우리 집 분위기 때문인지 아이들은 학교 가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첫째, 둘째 모두 사춘기지만 여전히 새 학기를 두근거리며 기다리는 아이들이다. 개학 연기의 실망감도 잠시뿐 늦잠을 자는 시간이 길어졌고 게으름이 찾아왔다. 핸드폰과 태블릿을 위로 삼아 이불속으로 자꾸만 기어 들어가는 생활이 하루하루 이어져가고 있다.     


느지막이 아점(아침과 점심을 한 번에 먹는)을 먹고는 하루 종일 집에만 있으니 거실에 모여 각자 할 일 하는 것도 잠시, 기운이 없다며 자기 방으로 들어간다. 방에 콕 박혀 있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엄마의 마음이 심란하다. 폭풍전야와 같은 고요함 속에 아이들과의 전쟁이 일어날 것만 같은 불안이 찾아왔다. 사회적 거리 두기 상황이지만 누군가는 학원을 가고, 족집게 과외를 받는 아이도 있음을 알리는 신문 기사도 있다. 나만 아이들을 내버려 두는 것 같아 엄마로서 고민이 되었다. 그동안 방학 때도 아이의 선택에 맡겼었는데 자꾸만 공부하라고 개입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하루 삼시 세끼에 간식까지 식당 주방장을 자처했지만 길어지는 방학에 참았던 불만이 튀어나오기 직전이다.      


 터져 나오려는 불만을 욱여넣으며 외마디 외쳐본다. “엄마도 방학하고 싶다.”


흔히 아이의 방학은 엄마의 개학이고, 아이의 개학은 엄마의 방학이라는 말이 있다.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지만 공감이 간다. 한, 두 달의 방학은 기다려지고 좋았는데 끝을 알 수 없는 방학 생활은 지루함마저 가져온다. 외출도 하지 못하니 교도관 없는 감옥에 갇힌 신세다.      


‘코로나 19가 가져온 방구석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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