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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엄마가 두 명이야!

입양 청소년들의 입양이야기

이 글을 쓰고 발행하려는 시점에서 매우 슬픈 뉴스를 들었습니다. 16개월 영아가 입양 한 달부터 학대를 받았고 결국 숨졌다는 소식입니다. 건강한 입양을 위해 애쓰시는 많은 분들 또한 충격이 컸을 텐데요, 하늘에 별이 된 16개월 영아가 천국에서 행복하길, 그곳에선 아픔이 없기를 빕니다.

입양으로 때론 힘들고 때론 행복한 순간을 가진 많은 입양인들에게 힘내시라고 응원합니다. 힘들 땐 혼자 해결하지 마시고 주변에 입양 전문가들과 반드시 상의하길 당부드립니다.


呼父呼兄(호부호형)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의 하소연은 모두 잘 아는 이야기다. 허나 이것이 소설에서만 있는 이야기일까요? 사회 편견이 많이 없어진 요즘이지만 호부호형처럼 당당하게 말하는 것이 두려운 존재, 바로 입양이다. 하지만 이 또한 하나씩 편견을 깨고 세상 밖으로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있으니 '건강한 입양가정 지원센터'(이하 건센)다. 건센은 공개입양을 통해 입양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입양인의 정체성을 바로 세울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2020년 10월 31일 토요일 오후, 입양 청소년 토크콘서트 <선을 넘는 녀석들>이 진행됐다. 입양인들의 토크콘서트는 올해 입양 아빠, 입양 엄마, 입양 청소년까지 벌써 3번째 토크콘서트다. 입양 청소년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제목부터가 범상치 않다. 심장이 쿵! 내려앉을 것 같은 제목과는 달리 유쾌한 웃음과 뭉클한 감동을 전했다. 온, 오프라인으로 70여분이 신청하신 이번 토크콘서트는 입양 청소년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는 첫자리라는 점에서 많은 분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성공적으로 마쳤다.


패널로는 세상을 돕는 요리사를 꿈꾸는 고3 남학생 준수(가명), 낯선 세상에서 버스킹을 꿈꾸는 고2 여학생 윤서(가명), 하고 싶은 것과 먹고 싶은 것이 너무 많은 중2 여학생 시아(가명), 라미 파파 조규민 님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토크쇼에 앞서 리허설중 / 건강한 입양가정지원센터 이설아 대표 / 입양청소년 토크쇼 '선을 넘는 녀석들'


나의 가족 이야기

준수 군의 가족 이야기는 많은 이들에게 공감과 울림을 주었다. 올해 생일날 아빠, 엄마, 준수 군 3명이 함께 한 식사자리에 한 자리가 더 차려져 있어서 "엄마, 이 자리 뭐예요?" 하고 물으니 엄마가 "생모 자리야.."라고 말씀하셨단다. 그 순간 울컥하면서 눈물이 찔끔찍끔 정말 생모가 확 보고 싶어 졌지만 현재 엄마한테 정말 감사했고 감동받았다며 그 순간을 전해 주었다. 준수 군의 가슴 찡한 이야기는 많은 공감을 얻으며 화제가 되었다. 생모의 자리를 인정하리란 건 쉬운 일이 아닐 텐데 준수 군 어머니의 배려에 가슴이 찡하게 울려왔다.

입양 청소년 토크쇼 진행 모습


공개입양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


공개 입양 vs 비공개 입양


"입양 사실에 대해 굳이 밝혀야 할까? 밝히는 것이 어려울 수 있는 부분일 텐데 청소년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라는 사회자의 질문이 이어졌다.  솔직한 생각을 들어보고 싶다고 했는데 패널 세명 모두 공개입양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이에 대한 생각을 시아 양은 “저는 어려서부터 입양 사실을 아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다 커서 입양 사실을 들었다면 정말 배신감이 컸을 것 같아요. 내가 믿어왔던 부모님의 말이 쉽게 믿어지지 않을 거예요”라고 있는 그대로의 속마음을 말했다. 처음 받아들이기는 어렵지만 성인이 되어 우연히, 혹은 부모에 의해서 알게 되면 믿었던 마음이 깨질 것 같다는 청소년들의 말은 정말 공감 가는 대목이다.


생부모 뿌리 찾기

생부모를 만나면 어떻게 할까? 부모님과 함께 만나고 싶은지? 따로 혼자 만나고 싶은지? 청소년들의 속마음을 알아보았다. 서운한 마음도 들고, 섭섭한 마음도 든다고 했다. 윤서 양은 생부모가 입양을 보낼 때 많이 안타까워했다는, 윤서 양을 향한 사랑이 컸음을 들었기에 지금은 더 특별하게 더 생부모에 대해 생각하지는 않으나 만나게 된다면 양쪽 부모 모두를 같이 만나고 싶다고 했다.


나에게 입양이란?

"입양 청소년에게 입양이란 어떤 의미일까?"라는 질문에

준수 군은 "한 생명이 또 하나의 가족을 이루는 것, 입양은 나의 소중한 보물인 가족을 이루게 해 주는 것"

시아 양은 "입양은 쓴 약인데, 마지막에는 몸과 마음에 좋은 보약과 같다."

윤서 양은 저에게 입양은 부끄러운 것이었어요.  이런 생각이 바뀌게 된 계기는 입양됐다고 친구들에게 말했는데, 친구들은 "아~그래? 몰랐어." 라는 말만 하고 그 어떤 놀람이나 질문을 하지 않고 자기를 그대로 바라봐 주었기에 입양은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이어 입양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한 마디씩 들려달라는 부탁에 윤서 양은

“후배들아! 입양을 부끄러워하고 숨기거나 안 좋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내가 입양을 부끄러워하고 안 좋게 생각하는 순간 다른 사람들도 내가 입양을 부끄러워 하고 안 좋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단번에 알게 될 거야. 어느 누가 용감하게 말한 사람에게 비난하겠어. 너희들도 입양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자신감 있게 말했으면 좋겠어.라고 답했다.


지금까지 입양 청소년에 대한 데이터가 세상에 알려진 건 매우 드물다. 자료를 찾아보기 어려운 건 어쩌면 청소년들이, 혹은 입양인들이 입양에 대해 당당하게 말할 수 없었던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이다. 청소년들이 당당하게 입양이라는 단어를 말할 수 있도록 사회의 편견없는 시선이 더욱 요구되는 지점이다.  


입양청소년들의 토크쇼에이어 가수 구현모 님의 축하공연으로 달콤하고 감미로운 노래를 들었고, 모두가 하나 된 마음으로 박수갈채를 보냈다.


건강한 입양가정지원센터 이설아 대표는 오리엔테이션부터 사전 인터뷰, 대본 수정과 보완, 리허설을 하는 동안 아이들의 목소리를 최대한 있는 그대로 담아내려 애썼다. 매끈하고 완성된 답변이나 교훈적인 이야기를 만들려 하지 않고 지금 현재 아이들 속에 있는 언어와 이야기를 그대로 건져 올리기에 초점을 맞췄다" 며 다양한 입양 청소년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담아내고 싶다는 오랜 꿈이 이번 세 명의 패널과 탁월한 사회자를 만나며 시원하게 이루어졌다"고 그간의 수고를 축하했다.


얘들아, 너희들이 정말 자랑스럽다!


입양에 대해 고민이 있거나, 도움을 요청하고 싶다면 언제나 문을 두드리세요.
상담가 분들이 온몸과 마음으로 당신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있답니다.

http://www.guncen4u.org




2020 입양 청소년 토크콘서트 "선을 넘는 녀석들"을 위해 수고해 주신 분들(링크 첨부)

건강한 입양가정지원센터

영상 촬영_김헌철 선생님

도시락_꿈꾸는 파티 김찬주 님

축하공연_가수 구현모 님

글, 사진_브런치 작가 고경애

후원_아동권리보장원

탁월한 진행_라미 파파 조규민 님

현장진행_박인미, 남미경, 최송자, 정혜련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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