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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뤂 May 25. 2024

정규직 자리 노리던 인턴이 바로 나였다

T/O가 나야만 정규직이 될 수 있다고?

1차 면접과 2차 면접까지 합격하고 한 온라인 매체에서 연예부 인턴 기자로 일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정신없이 일에 적응하고 주어진 일들을 처리하다 보니 6개월이라는 시간이 생각보다 빨리 갔다.

계약 기간이 거의 만료돼갈 때쯤 정규직 자리에 T/O가 나지 않을까 내심 기대를 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정규직 자리가 한 자리라도 비어야 인턴인 내가 들어갈 수 있는 구조인데, 내가 퇴사할 시점에는 T/O가 나지 않았다. 이후의 삶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6개월이라는 시간과 경험은 이 업계와 업무에 대해 충분히 알기에 너무도 짧았기 때문이다.


‘나 이 일 진짜 하고 싶은 거 맞나?’ ‘아니야 이번에는 다른 일에 도전해보는 게 어때?’ 등의 생각들로 머릿속이 가득 찼다. 몇 주 동안 고민한 결과 이 일을 조금 더 경험해보고 싶다는 결론을 내렸다. 따라서 난 다른 매체에 문을 두드리기로 마음 먹었다.


이후 몇 군데에 지원서를 넣고 결과를 기다렸다. 그런데 생각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 계약 기간 만료일이 2주 정도 남았을 때, 부장께서 내게 한 달 정도만 더 일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하신 것이다.


“한 달 정도 더 일해보는 게 어때? 혹시 아니? 그때 가면 T/O가 생길지?“


‘그럼 한 달을 더 기다려보라는 말씀인가?’


타 매체에 지원서를 넣은 후 며칠이 지나도 연락이 오지 않아 마음을 비워둔 상태에서 부장님의 제안을 받으니 살짝 솔깃했다. 지원서를 넣은 곳 외에는 딱히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연예부 기자에 더 도전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래도 연예부 기자로 일하는 동안 재밌다고 느낀 적이 많아서인지 뭔가 아쉬웠다. 부장님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한 달 정도만 더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래. 한 달 후에도 T/O가 안 난다면, 내 운명이 아닌 거야. 그냥 이 일 그만 하고 다른 일에 도전하자!‘


“부장, 저 한 달 더 해보겠습니다“


부장님과 같이 점심을 먹던 중 결심한 말을 내뱉었고, 부장께서는 고맙다며 웃으셨다. 이후 바로 계약서를 다시 썼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지 않아 일이 꼬이게 됐다. 지원서를 넣었던 매체에서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게 된 것이다. 면접에서 떨어질 수도 있고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르니 일단 면접은 보고 오기로 했다.


결과는 ‘합격’

부장께는 죄송했지만 내 미래에 대해 생각해 봤을 때 언제 T/O가 날지 모르는 곳에서 한 달 더 일하는 것보다 그래도 1년 넘게 충분히 경력을 쌓을 수 있는 타 매체로 옮기는 게 더 나아 보였다.

계약 기간이 끝나고 일주일 정도 더 일했나, 부장께 타 매체로 이직하게 됐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부장께서는 처음엔 말리시는듯했지만, 끝내 내 선택이라며 응원해 주셨다. 감사했다.


그렇게 난 그곳에서 약 6개월 동안 기본기를 탄탄히 쌓고 적어도 남에게 부끄럽지 않을 만큼의 실력을 갖춘 후 타 매체 계약직으로 이직하게 됐다. 방법조차 모르던 방송 리뷰 기사 작성의 달인이 된 상태로 퇴사했다. 기사 쓰는 법은 이미 잘 알고, 기자 일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연예부 기자로 처음 일을 시작하면서 많은 것들을 새로 배우고 경험할 수 있었다. 6개월이란 시간은 돈 주고도 살 수 없을 값진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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