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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작 Apr 06. 2022

언어의 온도, 사람과 사랑과 삶의 온도

언어의 온도, 이기주


책의 온도


저자는 말한다. 언어에도 온도가 있다고. 책을 읽고 나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책에도 온도가 있다.'
 
'언어의 온도'를 읽은 건 1년 전쯤이었다. 그 보다 훨씬 전, 오랜 기간 동안 서점에 갈 때마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 책장에 진열되어 있는 것을 봤다. 작가 이름은 낯설었지만 은은한 온기를 담고 있는 제목과 표지 때문에 기억에 남았다. 한동안 베스트셀러류를 잘 읽지 않았기 때문에 이 책도 지나쳤었다. 마침내 '언어의 온도'를 읽게 되었을 때는 오래된 친구와 따뜻한 차를 마시며 길고 긴 이야기를 하는 기분이 들었다.
 
'언어의 온도'는 사람과 사람이 주고받는 '언어'들 속에 담긴 '마음'을 읽어주는 에세이다. 마음이 각박하고 모두가 나를 괴롭히고 있다고 여겨질 때 누군가 가만히 따뜻한 한마디를 건네준다면 꿍해있던 마음이 한순간에 풀린다. 그 마음들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일상에 언제나 존재하고 있다. 저자는 우리 삶에 잔잔하게 흐르고 있는 마음의 언어들을 두 손으로 곱게 모아서 책으로 만들었다. 책의 온도는 두 손으로 전해지는 그 온기만큼이다.
 
 

익숙함이 주는 위안


'언어의 온도'는 새로운 인사이트를 주지는 않는다. 다만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들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다. 매일 만나는 버스 안의 사람들, 매일 지나치는 상점의 주인과 동네에서 마주치는 익숙한 얼굴들, 가끔 혹은 자주 연락을 주고받는 친구들, 너무 가까워서 소홀하기 쉬운 부모님과 가족들을 생각하게 한다. 저자는 그들과의 사소한 대화 속에서 슬쩍 지나치기 쉬운 감정들을 글로 썼다.
 
그래서 때론 감성이 과해 조금은 오글거리기도 하지만, 특별한 상황이 아닌 일상의 오고 감 속에서 느끼는 작은 교류를 섬세하게 기록해 놓았다는 것이 좋았다. 자극적이고 공격적인 미디어에 길들여져서 오히려 내가 만나는 사람들과 내가 머물고 지나치는 공간들에 ‘관심’을 잃고 ‘관찰’ 하지 않는 생활을 하고 있는 건 아니었나 싶어서 슬며시 옆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게 한다. 그러면 그들이 거기에 있어서 참 다행이다 싶어 진다.
 
 

수분크림과 양산


어머니에 대한 글을 읽다가 몇 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평소에 함부로 하다가 괜히 돌아서서 미안함을 느끼곤 하는 존재가 엄마다. 그런데도 또 만나면 툴툴거리기부터 한다.
 
부모님은 나에게 ‘땡벌’이라고 했다. 사춘기 때 하도 잘 쏘아붙여서 한 말이다. 그땐 부모님이 얘기하는 건 뭐든지 화가 나고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 언어에는 차디찬 냉기가 흘렀다. 지금은 그러지 않지만 그렇다고 따뜻해졌는지는 모르겠다.
 
저자는 ‘계절이 지나는 미묘한 시기’에 수분크림이나 계절에 어울리는 양산을 어머니 화장대에 올려놓는다고 썼다. 그런 사소한 관심과 표현이 특별함을 만든다. 내게는 많이 부족한 마음이다.
 
 

흔한 단어


흔히 쓰는 단어들을 곱씹어 생각해 보는 글들이   있다.
 
아마추어라는 단어를 보고 ‘태도 대해 말한다. 사람, 사랑, 삶이라는 단어의 유사성으로 단어의 의미를 정의한다. 사과를 건네며 사과한 선배와의 일화로 사과의 아픔을 말한다. 노력, 늙음, 알다 라는 동사, 원래 그렇다는 ..
 
나도 자주 단어의 본래 의미와 사람들이 쓰는 버릇, 왜곡된 의미 등을 따져서 나만의 생각과 관점을 피력하곤 한다. 하지만 마음을  쓰지 않으면 말꼬투리를 잡는  되고 만다.


 

그런 사람


자기가 깨닫고 알게  것들을 알려주기 위해  책들이 있다. 자기 계발서들이 그렇다. 다정한 , 따뜻한 말을 해야 한다고, 이렇게 말했더니 사람들이 이러했고, 이렇게 말했더니 사람들이 어떻게 변했다는 식의 책일까  처음엔 관심 두지 않았었다. 자기 계발서를 읽고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런 파이팅과 강력한 긍정 에너지의 흐름이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
 
언어의 온도는 다행히 그런 책이 아니었다.  사람은 그런 사람이구나, 하고 슬쩍 웃으며 마지막 장을 덮을  있는 책이었다. 그래서 다행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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