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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작 Apr 18. 2022

오만과 편견, 로맨스의 완성


오만과 편견, 제인 오스틴


오만과 편견은 영화와 드라마로도 여러 번 만들어졌지만, 책으로 읽는 것이 가장 좋았다. 제인 오스틴의 유머감각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몇 번을 읽어도 질리지 않는 로맨스 소설, 오만과 편견 리뷰를 써보려고 한다.



오만한 남자와 편견을 가진 여자


그는 오만하다. 오만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잘났다. 시골 촌뜨기들과의 파티가 탐탁지도 않을뿐더러 춤을 출 생각은 더더욱 없다.

그녀는 그에게 편견이 있다. 대놓고 사람들을 무시하는 태도를 좋게 봐줄 수가 없다. 게다가 나한테 ‘내가 반할 정도로 예쁘지 않다라고?!


엘리자베스는 파티에서의  만남이 그리 유쾌하지 않았기에 다씨에 대한 반감을 갖는다. 거기다가 위컴이라는 인물을 만나면서 다씨에 대해 더욱 좋지 않은 인상을 갖게 된다. 위컴은 엘리자베스가 이미 갖고 있는 '편견' 확신을  해주는 역할을 한다. 편견의 무서움은 다른 한쪽의 가능성을 아예 차단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다씨는 어쩐지 엘리자베스에게 마음이 끌리고 몇 번의 만남에서 나름의 예의를 갖추어 대하지만 상황은 좋지 않게 흘러간다. 그리고 드디어 자신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참지 못하고 엘리자베스에게 청혼인 듯 청혼 아닌 청혼을 한다. 청혼은 싸움이 되고 둘은 몹시 상처 받고 헤어진다. 그도 그럴 것이 다씨의 청혼의 요지는 "당신네 집이 별 볼일이 없어서 내가 참아보려 했으나, 아무래도 안 되겠어서 이렇게 청혼을 하는 것이니 보답의 의미로 승낙하길 바라오."와 같은 내용이었다. 엘리자베스는 "누가 날 좋아하랬나요? 당신은 오만해서 싫어요!"라는 요지의 거절을 한다.



품위 있는 그녀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대의 문화에서 엘리자베스 가족은 '품위 없는 가족'으로 묘사되곤 한다. 베넷씨는 비교적 신사답지만 지나치게 낙천적이라 상황을 내버려 두는 경향이 있고, 베넷 부인은 모든 남자의 조건을 구체적인 숫자로 말하는 전형적인 속물이다. 메리는 책은 열심히 읽지만 지혜롭지는 못한 괴짜로, 키티와 리디아는 남자들이나 쫓아다니는 정숙하지 못한 말괄량이들로 등장한다. 첫째인 제인과 둘째 엘리자베스만 아름답고 교양을 갖춘 캐릭터다. 이런 조건이  소설  주인공들의 로맨스에 가장  장애물이며 위기로 작용한다.


다씨가 엘리자베스의 가족이 '돈이 없어서' 아니라 '교양이 없어서' 결혼을 주저했던 것을 보면 교양과 인격을 갖춘 명예로움이  시절의 최대 가치였나 싶기도 하고, 혹은 현실과는 다른 작가의 신념일까 싶기도 하다. 어쨌든 훨씬 보수적인 시대에 적어도 교양 있어 보이는 것은 중요했을 것이다.


다씨는 청혼을 거절당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오만함을 깨닫는다. 엘리자베스의 말을 떠올리며 자신의 청혼이 '신사답지 않았' 다는 것을 뒤늦게 뉘우치게 되고   우연히 다시 만난 엘리자베스에게 상냥하게 대한다.  사이 엘리자베스도 다씨에 대해 잘못된 오해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다씨를 다시 보게 된다.


엘리자베스가 제인에게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며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난 그 사람을 아무 이유없이 단호하게 싫은 것처럼 보이게 해서 내가 영리해 보이려고 한 거야. 내가 머리가 좋다는 것도 과시하고, 나한테 재치가 있다는 점도 과시할 수 있지. 누구든지 다른 사람에 대해서 나쁘게 생각하고 험하게 대할 수 있어. 그처럼 사람을 나쁘게 대하다 보면 재치가 발휘되는 거지." 누군가를 이유 없이 싫어하는 마음을 정곡을 콕 찔러 설명해주는 것 같았다.




로맨스의 완성


로맨스의 원조이자 완성, 오만과편견은 로맨스 드라마를 좋아하는 내가 가장 애정 하는 소설이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이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지금도 사랑받는 이유는 다씨와 엘리자베스의 캐릭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시대를 훌쩍 뛰어넘어 지금을 살아도 전혀 고리타분하지 않은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가 아닐까. 다씨와 엘리자베스는  시대의 관습이나 규범에 얽매여있지 않고 스스로가 가진 신념에 따라 행동한다. 사랑만을 쫓는 철없는 로미오와 줄리엣도 아니고 백마  왕자와 신데렐라도 아닌, 인격적으로 성숙한  남녀가 만나 오해하고 화해하고 사랑한다.


다씨는 오만했던 자신의 과거를 고백하며 이렇게 말한다. "난 일생동안, 원칙적으로는 아니더라도 실질적으로 이기적인 사람이었어요. 어렸을 때 난 무엇이 옳은 거라는 가르침은 받았지만 내 성질을 교정하는 법은 배우지 못했어요. 좋은 행동 원칙에 대해서 알고는 있었지만 교만이나 건방짐으로 그 원칙을 실천했지요."

사랑은 스스로는 돌아보게 하고 좋은 사람이 되게 한다. 그것이 로맨스 스토리가 주는 유일한 교훈이다.


예의를 갖추고 신중한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요즘 귀하기에 더욱 사랑하게 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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