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읽고 쓰라고들 한다.
그래서 뭐가 오는데요?
그런 생각을 요즘 자주 한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생각을 정리하는 이 모든 행위가 과연 내게 어떤 실질적인 보상을 줄까.
건강을 줄까, 돈을 줄까,
아니면 단지 나를 덜 불안하게 만들어줄까.
그런데 사실은,
나는 지금 불안해서 뭘 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냥, 쉬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쉬고 싶어서 쉬었고, 그 쉼이 길어지다 보니
문득 신문을 읽게 됐고,
뉴스나 유튜브 속 한 문장이 마음에 걸리면
궁금한 게 생기고,
조용히 묻다 보면
그 답을 따라가 어느새 글이 되어 있었다.
이건 ‘글을 써야겠다’는 다짐의 결과가 아니다.
그냥 그렇게 살아지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요즘 책은 잘 안 읽힌다.
줄 긋고 밑줄 치던 그 집중력이 요즘은 잘 오지 않는다. 읽어야지 하는 의무감도 줄어든다.
대신 아침마다 카페에 앉아 신문을 읽는 습관은 남았다.
그게 하루의 시작이 되어버렸다.
루틴은 필요하다,
그것이 의무화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또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 양치하고, 세수하고, 신문 들고 늘 가는 카페로 향하는 하루가 기다려지곤 한다.
카페 사장님은 매일 보는 내게 ‘고문님’이라는 칭한다. 살짝 커피 한 잔 더 주시면서,
요즘에는 내 몸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다.
갱년기인지, 부은 건지, 체중이 오락가락한다.
44 반이던 허리는 이제 55 반은 되어야 편하다.
이 변화가 싫지는 않다.
그냥 내 몸이 나이 들어가며 나타나는 현상이고, 지나가는 길이라고 생각하려 한다.
다만 그 안에서도 ‘예쁘게 변해야 한다’는 마음이 살짝 끼어들면서 작은 스트레스를 만든다.
받아들이는 마음과 그렇지 않은 마음에 조용히 충돌하며, 매일 아침 체중계에 내 몸을 싣는다.
식물 키우는 데도 마음이 많이 간다.
17년 함께한 나의 강아지 똘이를 보내고 난 뒤, 생명이 내 곁에 있다는 감각이 더 소중해졌다.
반려식물이라는 말이 요즘은 더 잘 와닿는다.
작고 말이 없는 존재지만,
관심을 주는 만큼 눈에 띄게 튼튼해진다.
그게 요즘 나를 위로한다.
그러고 보면,
나는 요즘 몰입을 살짝 피하는지도 모르겠다.
몰입하면 깊어지고,
깊어지면 생각이 많아지고,
그럼 또 마음이 복잡해진다.
그래서인지 일부러라도 표면적인 것만 보려 한다.
그게 마음을 편하게 해 준다.
며칠 전 동생 내외와 나눈 대화가 떠오른다.
우리는 본질부터 파고드는 쪽이고,
제부는 결론을 먼저 낸 다음 그 과정을 돌아본다고 했다.
제부는 말했다.
“결과부터 내는 게 맞아요. 그러다 보면 과정에서 본질이 드러나요.”
그 말이 묘하게 오래 남았다.
경영자의 시선도 그런 쪽이 아닐까.
오너는 과정보다 결과를 본다.
문제없는 결과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요즘 회계, 경제 같은 주제에 자꾸 끌리는 것도
결과를 먼저 보고 싶어 하는 나의 태도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돈의 흐름이 곧 현실의 흐름이라는 감각.
그리고 결과 없는 고민은
오히려 내 마음을 더 피로하게 만든다는 걸
알아가고 있는지도.
쓰다 보니 이런 문장이 떠오른다.
“심적 스트레스를 줄이려면, 결과부터 내는 것이 답이다.”
이건 누가 준 결론도 아니고
누구에게 보여주려는 글도 아니다.
그냥 오늘 내 삶의 조용한 고백이자,
지금 내가 있는 자리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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