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에 심플해지고 싶다는 말

복잡한 마음을 조용히 알아차리는 법에 대하여

by 이나영

요즘 나는 ‘감정에 심플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며칠 전, 진료 중 조심스레 이런 말을 꺼냈다.


“요즘 제 감정, 참 복잡하네요.”


그러자 선생님은 잠시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참 생각이 많고 조심스러운 분이세요 , 그럴 땐 그냥 해봐야 알지 않겠어요?”


그 말이 유난히 오래 남았다.

아, 내가 지금까지 해온 ‘조심스러움’이 신중함이기도 했지만,

어쩌면 ‘정체‘였을지도 모른다.

나는 꽤 오랫동안 ‘생각하고 느끼느라’ 멈춰 있었던 거다.



도대체 심플하다는 건 뭘까?


나는 참 심플해지고 싶어 노력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웃기게도, 가끔은 그 ‘심플’이 뭔지를 나도 모르겠다.

노력은 하는데, 더 복잡해진다.

심플해지려 애쓰는 마음이 도리어 나를 조이기도 한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심플함은 애써 도달하는 목표가 아니라, 덜어낸 결과일지도 모르겠다고.

그건 내 감정을 없애는 게 아니라,

필요 없는 회로를 끄고, 스스로와의 거리를 잘 유지하는 일 아닐까.



내가 붙잡고 싶은 심플함의 정의


이제 나는 이렇게 정의해보려 한다.

심플함은 감정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상태.

심플함은 모두를 배려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중심에 두는 선택.

심플함은 결정하지 않는 게 아니라, 덜 중요한 걸 기꺼이 내려놓는 용기.



그래서 내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들


조금 더 심플해지기 위해, 나는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해본다.

이 생각, 지금 꼭 해야 할까?

내일 다시 생각해도 되는 거라면, 오늘은 그냥 내려놓자.

이 감정, 나를 지켜주는 걸까?

아니라면, 분석하지 말고 그냥 가만히 옆에 앉아 있어 주자.

이 선택, 나를 복잡하게 하는가? 편하게 하는가?

덜 맞더라도 지금 나를 편하게 해주는 걸 고르자.


이런 질문들이 때로는 마음을 비워주고,

때로는 내 중심을 다시 세워준다.


그러나, 또 쉽지 않은 것은 저런 질문들에 다시 생각에 잠긴다.


‘복잡함의 극치는 단순함이다 ‘라 말한 내 직업관의 모델 ’ 스티브잡스‘처럼

어쩜, 지극한 단순함의 결과를 위해 난 내가 노력했으며, 그래서 복잡한 줄 알았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나는 심플하고 싶다.


심플하면 글을 쓸 수 있나?

심플하면 다각도의 관점을 볼 수 있나?

심플하면 내면의 깊은 뜻을 알아챌 수 있나?


난 일반적이지 않은 심플함을 추구하고 있는지도,

하지만 지금은 일반적인 심플을 느끼고 싶다.



그리하여


나는 여전히 감정이 복잡한 사람이고,

여전히 조심스럽고,

여전히 가끔은 심플해지고 싶다는 생각만 반복한다.


하지만,

오늘은 안다.

그 심플함은 어디 먼 곳에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지금, 복잡한 나를 알아차리는 그 순간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걸 말로 꺼내는 지금,

나는 이미 조금 더 단순한 나에 가까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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