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했던 1988은 나에게 불면증은 줬어.
2015년 하반기부터 함께 했던 1988년은 나에게 웃음과 감동과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고마운 드라마였다.
드라마를 보면서 부모님을 생각하게 됐고, 평생을 함께 할 내 옆에 남편에 얼굴을 한번 더 쳐다보았다.
응팔은 그런 드라마였다.
그러던 응팔의 마지막회는 나에게 불면증을 안겨주었다.
왜?
드라마가 끝나 아쉬워서?
댓츠 노노!!
극 초반부터 감정선을 이끌고 갔던 개정팔.. 김정환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렇다.
나는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이었다.
정환이가 덕선이를 좋아하고 있다는 마음이 극초반부터 나오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나는 어남류를 외쳤다.
그동안 응답하라 시리즈는 첫사랑이 결혼에 성공을 하였다.
'첫사랑은 깨지지 않는다'는 법칙을 보여준 셈이다.
그래서 당연히 응팔도 그런 결말을 기대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19회에서 남편이 택이로 밝혀졌다.
엄청나게 큰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뭐지? 그럼... 정팔이는....???
18회 마지막 부분에 장난처럼 고백한 게 끝이야?????
아니야... 아직 마지막회가 남았어.. 뭔가 반전이 있지 않을까???
이런 마음으로 마지막회를 시청했지만...
반전은 없었고,
왜 남편이 택이어야 하는지만 구구절절 나오기 시작했다.
1회부터 18회까지 덕선에 대한 마음을 알게 모르게 표현하고
혼자 가슴앓이하던 정환이의 감정은 전혀 배려하지 않은 듯했다.
시청자분들은 그냥 이 마지막회를 보시고
왜 택이어야만 하는지 아셨으면 좋겠어요!!!
라고 제작진이 절규하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미안하게도 나는 그런 친절한 시청자가 아니었다.
"내 신경은 온통 정환이에게 향해 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택이인걸 인정하라니....
정환이가 장난스럽게 고백하고 마음을 접은 것처럼,
시청자들도 그래 주길 바란 건지......
난 택이를 그를 연기한 박보검이 싫지 않다.
물론 나도 좋아한다.
드라마 "참 좋은 시절"에서 이서진의 아역을 연기할 때부터
난 박보검이 괜찮은 배우라고 생각했다.
응사에서처럼 쓰레기랑 칠봉이와 같은 대립이 있었다면,
택이가 막판에 남편이 되었어도 이 정도로 배신감이 들지 않았을 터!
남편이 택이가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충격이 컸는데
가장 큰 충격은
마지막에 정환이의 모습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현재 씬에서 마저도 정환이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그의 형인 정봉이마저 요리연구가가 되었다고 해주면서....
우리 정환이는 그렇게 드라마에서 사라졌다.....
2016년 첫주에는
완성도 높은 결말을 위해 한주 결방을 하기까지 했던 응팔!!
갑작스럽게 짜 맞춰놓은 듯한 결말이
과연 완성도를 높인 드라마인 걸까???
시청자의 울분이 들리는가?
응답하라!! 작가들이여!!
이 의견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으로 쓴 것입니다. 드라마를 대하는 시청자들의 생각은 모두 다르겠죠?
저는 드라마를 보고 나서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마지막까지 정환이를 배려하지 않은듯한 작가들에게
화가 났습니다.
혹시나 다음에 응답하라 시리즈가 나온다면, 스포가 무서워서 내용을 급하게 바꾸지 말고,
처음에 그렸던 그림대로 드라마를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황금 같은 주말 저녁시간에 본방사수를 했던 열혈 시청자로서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응답하라19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