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어떤 순간
1.제주 북촌마을
어둠이 없다면 빛도 없다
북촌 마을을 걷다 열린 대문 안, 빛과 어둠을 보았다.
동시에 빛과 어둠이 있었다.
어둠 속에서 보이는 빛은 희망처럼 보였다.
그 집에서 살고 있는 제주 할망이 나를 보았다.
경계심 없이 웃었다. 나도 웃었다.
주변이 어두우면 빛은 더 환하게 보인다.
어두울수록 빛은 환해서 눈이 부시다.
어둠이 없다면 빛도 없다.
아무렇게나 놓인 고무 대야에 채소가 자라고 담벼락 묵은 때는 세월을 말해 주고 있다.
집 안으로 들어서는 작은 통로에 들어오는 빛은 천국으로 향하는 길 같다.
이 집으로 들어가는 한 사람이 저 좁은 통로에서 채소를 어루만진다.
가난은 언제나 들킨다. 숨길 수가 없다.
마음이 가난한 나도 빛이 들어오는 통로를 본다.
가난한 한 사람이 천국으로 가는 문 앞에서 천사를 기다리듯
나는 한참 동안 문 앞에 서 있었다.
제주 북촌 마을 그림의 종이는 아르쉬 중목을 선택했습니다. 황목, 중목, 세목을 선택하여 제주 풍경을 담아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