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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사슴 Feb 10. 2021

나비사슴의 스스로 인터뷰 1 : 2020년을 돌아보며

2021년입니다! 그거 아세요? 작년이 원더 키디의 해였다는 거?


원더키디를 볼 때만 해도 2020년은 정말 머나먼 미래였는데, 이제 과거가 되었다니 신기하고도 슬프네요.


과거가 된, 2020년 어떻게 보내셨나요?


모두가 그렇겠지만 쉽지 않은 한 해였어요. 1월에 코로나19는 중국에서만 발현된 전염병으로 생각했고, 예전의 메르스나 사스 정도로 유행하고 끝나지 않을까 했어요. 하지만 2월 말에 신천지에서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오면서 점점 가까운 공포가 되어간 듯해요.

사실 저는 2019년에 쉴 틈 없이 놀아서, 2020년에는 일주일에 한 번 쉬기 위한 날도 정해놓으려고 했었는데 말이죠. 코로나19 때문에 그냥 매일매일이 쉬는 날이 되어서 헛웃음이 나오더라고요.


코로나19 때문에 쉬게 되어 좋았던 것이 있나요?


좋았다고 말할 수 있는 건, 고양이와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것! 그 외에는 전부 다 좋지 않은 것들 뿐이죠!

그럼 어떤 것들이 좋지 않았나요?


운동을 하지 않게 된 게 먼저 생각나네요. 핑계이긴 하지만, 마스크를 끼고 운동하는 게 쉽지 않아서요. 몸무게가 날로 늘어가네요.

아, 그리고 가장 안 좋았던 것은 바로 해고입니다! 다니던 회사가 오프라인 모임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서 코로나19가 시작되자마자 크게 피해를 입었어요. 다른 회사로 이직하고 싶어서 알아보고 있긴 했지만, 그래도 신규 직원도 뽑길래 대표님이 서비스를 계속해나갈 의지가 있구나 하고 열심히 일하고 있었거든요. 그러다 어느 날 갑작스럽게 서비스 종료 통보를 하는데... 예감하던 그 순간에 뭔가 머리가 새하얗게 되었던 것이 생각나요.


해고가 되는 순간을 생각해본 적이 있었나요?


아니요 전혀. 진짜 저랑은 거리가 먼 단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해고 통보를 받는 순간도, 뭐 어차피 이직하려고 했으니까! 하고 그냥 넘기려 했어요.


그런데 그냥 넘겨지지 않았군요.


네. 처음으로 노동자가 된 느낌을 실감했어요. 몇 명 안 되는 직원이 노조가 된 듯했죠. 해고 통보를 해놓고 권고 사직서를 쓰라고 하길래, 화를 삭이며 부당함에 대해 메일로 쓰던 것과 노무사 분과 통화했던 게 생각나네요. 이렇게 작은 회사도 힘든데, 큰 회사와 싸우는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까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요새 LG 청소 노동자 분들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아파요.


해고되고서는 어떻게 시간을 보냈나요?


사실 2019년에는 어떤 목표가 있는 상황에서 쉬었던 거라 불안함이 별로 없었거든요. 그런데 2020년에는 코로나19 때문에 일자리도 많지 않을 듯하고,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해고된 거라 조금 불안한 마음은 있었어요. 일한 기간이 길지 않아 실업급여도 받을 수 없었고요.

그래서 초반에만 좀 늘어지게 놀고, 그 이후에는 1일 1 이력서 쓰기를 하면서 보냈어요. 온라인으로, 오프라인으로 면접도 보고요.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지금 다니는 회사에 면접을 보고 나서는, 이력서를 넣었던 회사들에서 면접 제안이 없더라고요. 사실상 서류 전형에서 떨어진 거지만 고민할 여지를 주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다니는 회사는 만족하나요?


어... 전화위복이라는 말을 쓰는 때를 알게 되었죠. 저는 많은 것을 좋아하지만, 그중에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이 꽤 높은데요. 지금 다니는 회사는 게임을 만드는 회사여서 매일매일 게임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는 게 참 좋아요. 그리고 이 회사에 제가 기여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인정받는 것 같아서 더 열심히 일하게 되고요.

하지만 회사에 들어오기 전에는 위기도 있었어요.


어떤 위기였나요?


어떻게 생각하면 별 것 아니긴 한데... 제가 회사에 들어가기 바로 전에 면허를 따고 있었어요. 필기와 기능시험은 완료하고, 이제 도로주행만 합격하면 되는 거였죠.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은 거예요. 처음엔 우회전 신호가 있는 줄 모르는 구간에서 신호 위반으로 한 번 떨어졌어요. 그때 이 회사의 면접을 보고, 서로 잘 맞을 것 같은 상태에서 저는 면허를 따고 회사에 들어가겠다! 큰소리를 쳐놨죠. 하지만, 바로 못 따게 될 수도 있으니 그다음 주까지 기다려달라고 말한 상태였어요.

그런데 말이 씨가 되었는지 그 뒤로 기어 변속을 3단을 넣어야 하는데 5단이 들어가서 어린이 보호구역에 속도위반으로 두 번째 떨어지고, 계속 떨어지다 보니 괜히 긴장이 더 되어서 좌회전 신호 위반으로 한 번 더 떨어진 거예요. 그렇게 의기소침해있는 상황에서 회사의 전화를 받았어요. 입사할 의지가 있는지 물어보는데... 괜히 서글퍼지더라고요. 면허가 뭐라고 사람을 이렇게 기운 빠지게 하나. 그래서 다음 시험만 쳐보고 안되면 다음에 따겠다는 마음을 먹었어요. 다행히 붙었고, 회사에도 기쁜 소식을 알렸어요!

나중에 알게 된 건데 회사에서는, 정말 이상한 사람이 아닌가 생각했다고 해요. 진짜 면허가 뭐라고...


그럼, 이제 운전을 좀 하시나요?


후후.. 물론입니다. 동생이랑 돈을 모아 차를 샀고요. 혼자 고속도로 타고 3시간 운전도 해보고, 한 번에 늘 성공하진 못하지만 마트에 가서 주차도 하고요. 요새 눈이 와서 운전을 못했는데, 날이 더 좋아지면 그동안 대중교통으로는 갈 수 없었던 곳들을 가보려고 해요. 코로나19가 사라지면 제주도에서 운전하면서 여행하는 것이 작은 꿈이라면 꿈입니다.


듣다 보니 그래도 꽤 2020년을 재미있게 보내신 것 같네요!


맞아요. 하지만 보람 있게 보낸 것 같진 않아요. 그래서 얼마 전에 그런 패배감? 비슷한 것을 몰아내기 위해 일기를 써보았어요.


코로나로 인해 많은 것들을 해내지 못했다. 그 와중에 대단한 것들을 해내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렇지 못했다고 해서 잘못한 것은 아니다.

모두가 힘들었고, 모두가 애를 썼다. 그 이유가 남에게 욕먹기 싫어서라고 하더라도,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했다. 친구들의 목소리만 듣는 것이 더 익숙해졌고, 마스크가 제2의 피부가 된 것처럼 살았다.

아주 잘 해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나름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냈다. 다니던 회사가 사라졌지만 새로운 회사를 다니게 되었다. 미루고 미루던 면허를 땄고, 차를 사서 매주 1회 운전을 했다. 큰 경험을 했고, 앞으로 삶에 도움이 될 능력을 키웠다. 그것만으로도 됐다. 그렇게 스스로 다독일 것이다.

내년이 올해와 다를까? 희망을 품기 힘들다. 하지만 그래도 언제나처럼 하루하루 살아낼 것이다.


강한 다짐 같은 게 느껴지네요. 2022년에 다시 인터뷰할 때에는 조금 더 희망찬 이야기를 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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