숀 탠 <먼 곳에서 온 이야기들>
처음 숀 탠이라는 작가를 알게 된 것은 <도착>이라는 작품 덕분이었다. 그림책에 대한 개념도 없을 시절, 글 없이 그림으로만 진행되는 스토리가 흥미로웠다. 만화책과 달리 크게 나온 책 크기도 좋았다. 조금이라도 싸게 사보려고 도서전 할 때마다 사계절 출판사를 찾아가곤 했는데, 도서전에는 나오지 않는 책이라 결국 온라인 서점에서 구매했다.
그렇게 작가를 알고 나서 그의 다른 작품을 찾아보다 알게 된 것이 <먼 곳에서 온 이야기들>이었다. 다른 그림책과 달리 짧은 호흡의 이야기가 모여있는 단편집이었다. 한 페이지에 그림 한 장과 짧은 이야기가 있는 경우도 있었고, 조금 긴 호흡의 이야기도 있었다.
<먼 곳에서 온 이야기들>을 읽고 가장 좋았던 작품은 <에릭>이었다. 왜 그림을 흑백으로 그렸는지 알 것 같은 마지막 장면 때문이었다. 에릭이 관심을 보였던 작은 물건들 위에 형형색색 아름답게 피어난 꽃, 그리고 그동안 감사했다는 작은 편지는 저절로 감동을 자아냈다.
다시 <먼 곳에서 온 이야기들>을 천천히 읽어보고 <에릭>이 더 좋아졌다. 에릭은 이해할 수 없는 '문화적 차이'가 있었지만 화자의 가족들은 에릭을 존중하며 배려했다. 에릭이 부엌 찬장을 좋아하자 편하게 머물 수 있도록 찬장을 치워주었다. 차에 탈 때도 주머니 속이 아닌 좌석 하나에 안전벨트를 차고앉게 했다. 줄을 서서 기다리거나,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에 이해가 되지 않았던 에릭이 떠난 날의 마지막 식사 장면도 가족들의 배려가 드러난 부분이었다. 에릭은 씨앗을 좋아했다. 에릭이 처음 들고 온 짐은 땅콩, 호두, 도토리다. 관심을 보였던 작은 물건도 씨앗을 꽃을 피우기 위한 것들이었다. 그런 에릭을 위해 가족들이 준비한 최고의 식사는 땅콩 하나였던 것이다.
모든 작품이 다 마음에 와 닿거나, 좋거나 하지는 않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분명하다. 그림과 글이 멋진 조화를 이룬 작품이다. 글만 읽어서는 내용을 알 수 없고, 그림만 봐서는 감동이 덜하다. 그러나 그림보다는 글 읽기에 익숙해서 여러 번 봐야 그림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을 조금이라도 눈치챌 수 있다. 언젠가 다시 이 책을 열어볼 때는 또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