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안 받고도 잘 사는 여자

넙죽넙죽 일을 받다보면.. 아파

by 나비


독립을 한 뒤로는 회사 마감을 제하고 주말마다 본가에 간다. 울집에서 본가는 걸어서 10분, 1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일주일만에 엄마를 보러 갔다. 아파트가 우풍이 심해서 집안에 들어섰는데도 춥다.

아요 추워추워를 연발하며 내게 뛰어드는 반려견을 맞아준다. 일주일에 한 번 보는 주인에게 환장하는 우리 쌀이.

일로 들어와. 어여 앉어. 엄마가 전기장판의 이불을 걷어 젖히며 나를 부른다. 두꺼운 외투를 벗고 그제야 앉아있는 엄마를 본다.

아니 그런데 울엄마! 정수리에 둥그렇게 머리카락이 없다. 너무 놀라서 순간 눈만 똥그랗게 떴다.

.....! 엄마? 머리?

어제 그제 통화할 때도 한 마디 안 하더니... 머리가 너무 아파서 침집에서 사혈을 했단다. 오죽 머리가 아팠으면 그랬을까 싶으면서도 엄마도 여자인데 머리를 저렇게 하다니 걱정도 되고 슬프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고 - 오만가지 감정이 밀려왔다. 나는 회사에서 작은 일만 있어도 엄마 이래서 힘들어. 저래서 힘들어 하면서 다 쏟아내는데 우리 엄마는 머리카락을 저렇게 밀고 피를 뽑을 정도로 아픈데 내게 한 마디를 안 했구나. 자식새끼한테 말해봤자 신경만 쓰고 듣기 싫은 소리만 하니 말을 안 했으리라 짐작한다. 자식새끼 나쁜새끼야.


새해가 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내 인생이 고민이다. 내 앞가림을 어떻게 해야할지 아직도 갈피를 못 잡겠다. '월급 안 받고도 잘 사는 여자'는 바람이다. 이건 엄청난 바람이다. 월급을 안 받고 살 수 있지. 하지만 월급 안 받고도, '도'도 붙고, 사는 앞에 '잘'도 붙는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회사에 의지하고 회사가 아니면 불행한 삶을 살 것만 같은 의존증에서 벗어나고 싶다. 더더군다나 코로나19로 인해 매순간 일 자체가 있음에 감사하고 엎드려 절하는 자세가 되니 무리한 일도 기꺼운 마음으로 해야하고, 해내고 있다. 점점 월급과 내 심신의 건강을 바꾸는 것 같다.

돈, 회사, 삶, 가치, 균형... 무슨 선택이 옳은지는 언제나 알 수 없다. 그런데 엄마를 보니, 조금은 알 것 같다.

아프면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해. 가만히 두어서는 안돼. 좋은 소리를 듣든, 싫은 소리를 듣든 일단 나 스스로 나를 도와야 해. 일은 할수록 괴로운 것이 아니라 일을 하고 보람을 느끼는 게 옳아. 일을 할수록 성장하는 것이 맞아.

내가 즐거워 시작한 일에서도 괴롭고 힘든 순간은 늘 찾아와. 모든 일이 그렇다면 그 가운데서도 내가 있고 나를 살리는 그런 일을 해야겠지. 언제나 삶의 우선순위는 나니까. 엄마도 내가 행복해야 좋을 거야. 딸래미가 괴로워서 머리가 새하얘지고, 우는 꼴은 보고 싶지 않을 거야.


2021년 나의 목표 : 성취와 성장을 이루는 일을 할 것! 엄마를 기쁘게 할 것! (우리 엄마 나 직장 다니는 거 좋아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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