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잘 사주는 너는, 좋은 사람

좋은 사람 옆에 좋은 사람

by 나비


아는 동생과 아는 동생이 아는 동생과 함께 템플스테이를 갔어. 난 참여자는 아니었고, 뒤에서 그들의 체험기를 기사화해야하는 에디터의 처지였어. 우리 엄마는 교회 권사님이고, 엄마가 나를 가졌을 때부터 나도 교회에 다녔으니까, 굳이 tmi로 이 얘길 엄마한테 하진 않았어. 나한텐 꽤 흥미로운 여정이었기에 엄마한테 먼저 말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했지만 꾹 참았지.

기차에 탄 아는 동생의 아는 동생과 통성명을 하고 절이 있는 포항으로 향했어. 두 친구도 꽤나 신났고, 나도 설렜어. 종교는 기독교지만, 난 열린 마음으로 세상의 신들을 대할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절에서 머무는 하룻밤이 아무렇지 않았어. 스님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이 여정의 주인공은 동생들이니까 참아야겠다. 혼자 다짐했지.

우리나라의 절은 대부분은 산의 품에 있잖아. 그래서 일주문에 들어서는 자체로 참 싱그러운 기분이야. 수행하는 사람이 차분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도록 예로부터 절은 자연 속에 세워졌나봐. 새가 지저귀는 소나무 숲을 지나자 요새처럼 숨겨진 절이 드러났어. 하룻밤 머물 숙소를 안내받고, 주황색 체험복으로 갈아입었어. 가장 먼저 한 일은 스님과의 차담 시간이었어. 스님은 알쏭달쏭한 질문을 하셨고, 아이들은 열렬하게 퀴즈의 정답을 찾아 대답을 했지. 나는 뒤에서 필요한 내용들을 수첩에 적으며 귀를 기울였어. 공식적인(?) 차담 시간이 끝나고, 스님은 주인공도 아닌 내 얼굴을 바라보며 한 마디를 던졌어.

“주변 사람들한테 밥 많이 사라.”

“네? 밥이요?”

스님의 단호한 조언이 음… 이상은 높게, 꿈은 크게, 노력은 빡세게 등의 그런 것이 아니어서 “밥을 사요? 누구한테요?” 되물었지.

“선배한테도 사고, 후배한테도 사고, 친구한테도 사고, 많이 베풀어. 그럼 좋다.”

“아, 네. (더 물어보고 싶지만 참고) 감사합니다.” 인사를 드렸어.

밥을 많이 사주라고? 갑자기? 내 얼굴이 인색해 보이나?

자리가 파한 뒤 내내 스님과 우리 곁에서 일을 살피던 보살님이 말을 보탰어.

“스님이 누구한테 저런 말씀 잘 안 하시는데 좋은 말씀 들은 거예요.”

“언니, 언니. 잘 됐다. 내가 질문해서 이런 대답 들은 거잖아. 나한테 밥 사면 되겠다.”

“아, 예. 고맙습니다. 응, 그래. 밥 살게.”

그날 밤 잠들기 전에 스님의 말을 곱씹어봤어. ‘밥을 사주다’ 물론 살면서 밥을 안 산적은 없지만, 잘 사준 적은 없는 것 같아.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하는 것도 어색해하고, 칭찬도 잘 못하고 말야. 1박 2일 간 템플스테이를 하며 새벽 예불도 하고, 차담 시간도 갖고, 1시간 넘게 걸려 계곡도 찾아가고, 법고도 울렸지만 난 스님의 이 말이 저 깊은 곳에 딱 자리를 잡고 잊히지 않았어.

일상에 돌아온 나는 좀 달라지기로 했어. 내가 돌려받지 못하더라도 동료들한테 먼저 커피도 사고, 밥값도 먼저 계산하고. 생일도 일부러 기억해서 챙기기 시작했어. 내가 가진 것 중 그 사람한테 필요하거나, 그 사람이 좋아할 만한 것이 있는지 물어보고 선물하는 데 망설이지 않았어. 그리고 난 알게 됐어. 내가 하나를 주면 받은 사람도 꼭 언젠가 하나 그 이상을 주더라. 그걸 받으려고 주는 건 아니지만 세상의 원리가 그런가봐. 스님은 내가 넉넉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단호하게 조언하셨던 거야. 이렇게 지내다보면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모아도 마음이 빈곤할 것을 아셨던 것 같아. 통장 잔고보다 관계에서 얻는 따뜻함을 채우는 게 항상 먼저구나. 가족, 친구, 연인, 동료, 이웃에게 베풀 것. 나를 넉넉하게 할지니! 그때 들은 큰 말을 새겨 전합니다. "주변에 밥 많이 사주는 좋은 사람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