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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 Jan 23. 2022

세상은 나 혼자 아닌 거죠

산문 3



알아. 신이 모든 기도를 들어줄 수는 없다는 걸. 그럼 신은 어떤 기도를 들어주는 걸까? 그건 신만이 알겠지. 어쩌면 내 기도는 들어줄지 몰라. 이렇게 간절히, 이렇게 쉬지 않고, 일요일에도 교회를 찾은 나의 기도는. 예배당의 공터는 기도하러 온 사람들의 차로 발 디딜 틈이 없었어. 벽에 바짝 붙어서 엄마네 집으로 가는데 고양이 한 마리가 바로 내 옆에 누워있잖아. 내가 쳐다보니까 나를 쳐다보는 눈. 나의 의중을 파악하려고 일어선 몸은 가엾고 쓸쓸해 보였어. 녀석의 눈은 생기가 없었고, 입 주변이 축축했고, 털은 윤기를 잃었어.


신은 어쩌면 이런 자의 기도를 들어주지 않을까? 나를 돕고, 너를 돕는 행동을 하는 자의 기도를 말이야. 엄마네 집에서 몇 시간을 보내고 다시 그 공터에 들어섰는데 차들은 거의 다 사라지고, 드럼 치는 소리가 예배당에서 들려왔어. 고양이는 벽을 보고 누워있었는데 숨을 쉬지 않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었어. 그리고 또다른 비쩍 마른 고양이 한 마리가 차들 사이에 몸을 숨긴 채 지나가는 것도 보았어. 안되겠다. 편의점에 갔어. 사장님, 고양이들이 먹는 캔 같은 게 있을까요? 강아진 건 있는데... 강아지가 먹는 걸 고양이가 못 먹을리는 없을 거야. 귀여운 강아지가 모델인 캔과 생수 하나를 사들고 다시 공터로 갔어. 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나에게 뭐라고 하기만 해봐. 예수님은 길 잃은 어린 양을 돌봐야한댔어. 라고 응수해줄테다. 싸움닭 변신을 준비했지만 신이 그런 상황을 안 만드려고 했는지 고양이와 나밖에 없었어. 고양이는 나의 의중을 알지 못해, 하악 거렸는데 그래도 힘이 남아있다는 뜻인 것 같아서 마음이 놓였어. 그리고 세상에 나처럼 날라리 행인만 있는 게 아니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고양이 주변에 깨끗한 물과 사료가 잔뜩 있는 거야. 


신은 이런 사람들의 기도를 들어줄 거야. 고양이에게는, 강아지에게는, 소에게는, 돼지에게는, 닭에게는, 힘 없는 그들에게는 사람이 신일 거야. 나에게 선을 행하고, 나에게 악을 행하는 힘을 가진 나는 나의 신인 거야. 쉬지 않고 기도를 하러 몸을 움직이는 정성, 그 갸륵함으로 소외 받은 낮은 자리에 선을 행한다면 너의 기도는 이뤄질 거야. 네가 눈치 챘는지, 못 챘는지 모르지만 이미 기도를 들어주었는지도 모르지. 일상의 평온함 그런 것들 조차 너에게서 비롯되는 걸. 




/

세상은 나 혼자 아닌 거죠

나 혼자 쓸쓸한 거 아니죠

나눠줘요 그 외로움, 쓸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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