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하나님,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건 내 자신이다.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불쌍하고 안돼서 나는 오늘도 눈물을 쏟는다. 어쩌면 나는 이다지도 내가 염려스러울까? 그건 내가 나를 너무 사랑해서겠지.
밤 10시 야근을 마치고 버스 뒷자리에서 잠을 청해본다. 정거장에 선 버스가 사람을 태우고, 머리에 노란 물을 들인 여자는 다다다 뛰어와 많고 많은 자리 중 내 뒷자리에 앉는다. 아지트 같은 뒷자리는 은밀해서 좋지. 버스가 속도를 내면 여자의 목소리는 커지고, 버스가 멈추면 잦아들었다. 야밤에 달리는 버스에서 신나는 통화는 신기해. 안 들으려 해도 들리는 목소리에 옆 자리로 옮겨봤지만, 자신과 상대방의 목소리밖에 들리지 않는 게 틀림없다. 여자는 노란머리였지만 캔디처럼 착하지 않았다. 노이즈캔슬링 너도 있니? 나는 착하지 않은 사람을 단번에 알아본다. 왜냐, 내가 착하지 않으니까. 내가 나를 사랑하는 만큼 지구인 대다수 또한 저를 사랑하느라 타인을 신경 쓰지 않는다.
; 매사 그런 점을 상기하고 나를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을 추스린다.
나는 착하지 않지만,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타인의 기분을 상하게 할 정도로 나쁜 말과 행동을 하지 않으려 애쓴다. 나는 벌 받는 게 두렵다. 어려서 읽은 동화책은 내 사상에 큰 영향을 미친 게 틀림없다. 불교에서는 그런 것을 업이라고 했다. 다른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하면 악업을 쌓는 것이다. 내가 일부러 그랬든, 알지 못하고 그랬든 누가 나로 인해 마음이 상했다면, 나아가 상처를 줬다면 나는 악업 하나를 쌓은 것이다. 과녁을 향해 날아가는 화살처럼 나 자신에게 돌아올 악업을 날카롭게 갈고 닦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