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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열정

아니 에르노 작가의 글을 읽고

by 나비고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아서 고민이 되는 작품이다.

부러운 열정이었다.

인생을 통틀어서 사랑하는 상대에게 모든 것을 허용하고 온통 초점이 맞춰진 상태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작가는 사실만을 이야기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이렇게 적나라하게 공개하는 것 자체가 용기이고 열정이겠다.

연하의 외국 남자를 매일 그리워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하고 그리워한다.

골치 아픈 수학 문제를 푸는 것보다 사랑이 훨씬 좋다.

살과 살이 맞닿는 것만으로도 뜨거운 감촉과 쾌락을 느낀다.

사랑을 온몸으로 느낀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이 순간이 멈추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전화를 기다리고 약속하면 분주해진다.

속옷을 예쁘게 차려입고 술도 준비한다.

들어오자마자 격렬한 키스를 여러 차례 한다.

황홀하고 깊숙한 탄성이 나온다.

녹초가 되기 직전까지 절정을 향해 간다

매일 붙어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 황홀하고 좋다.

쾌락의 절정을 맛보고 또 맛보고 가장 행복하고 마약 같은 시간이다.

단순한 열정이다.

본능이다.




사치라고 말하는 작가의 일련의 사랑의 행위는 사랑을 한 번쯤 해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더 능가할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이 드는 이유는 사랑의 방식이나 사랑의 행위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그 시작과 끝을 알 수 없어서 어느 정도의 수위가 적절하고 평균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부분이다.

지독하게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행동이고 삶이라 생각한다.

정말로 사랑하는 상대가 생겼을 때 하는 생각과 행동이다.

외설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이것은 사랑하는 여인의 일기다.

그 일기를 우리는 보고 있는 것이다.

오랜 기간의 사랑은 처음의 사랑만큼 설레지 않는다.

익숙함에 무뎌지고 같은 것이 반복되다 보면 재미가 없어진다.

그래서 파트너를 바꾸고 또다시 정열적인 사랑을 나눈다.

사람도 다르고 사랑도 다르다.

여러 개의 사랑 중에 가장 기억으로 남는 사랑이 있다.

국경 없는 외국인과의 사랑 경험은 없다.

있었는데 오래돼서 기억이 나지 않을 수도 있다.

육체적인 결합이 없는 사랑이 과연 가능할까.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반쪽의 사랑이 된다.

부정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계속해서 사랑이 생성되고 있다면 결합은 필요하다.




이미 나는 그녀의 포로가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것을 독자에게 소상히 말한다는 것은 엄청난 용기이고 박수갈채를 보내야 한다.

노벨문학상을 탈 만한 그런 작가다.

사실에 입각한 소설만을 쓰는 작가의 용단이 이런 문제작을 만들지 않았을까.

공개하고 또 공개하고 생각할 필요 없는 글을 쓰는 것은 어떻게 보면 지어내는 것보다 더 어려운 작업이라 생각한다.

그 이유는 그것을 알게 될 사람으로부터의 반응과 시선이 두려움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 두려움을 극복하고 비밀을 공개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아직 그럴 용기가 없다.

자못 궁금해지는 것은 정말 모두 공개한 것인지 약간의 의문이 든다.

법적으로 문제가 될 내용이 있다면 그것은 글로 옮기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비가 지나고 잠깐 하늘이 개었다.

그 틈을 타 막걸리로 스트레스를 흘려보냈다.

더 취하고 싶지만, 내일은 휴가가 아니다.

정신이 오락가락하지만, 정신을 차려야 한다.

술기운에 모든 시름이 날아가 버린다.

과연 나의 삶 속에서 얼마나 더 알코올이 들어가야 할까.

처음의 술은 캡틴 IQ.

지금의 술은 지평선 막걸리.

니체의 영원회귀.

반복의 연속이다.

은밀하고 내밀한 격정적인 사랑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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