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미 이치로, 고가 후미타케 작가의 글을 읽고
없다.
용기가 없다.
미움받을 용기도 사랑받을 용기도 없다.
인간은 참으로 위대한 것 같다가도 어느 순간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 같은 깊은 감정으로 빠져들 때가 온다.
무수히 많은 시간이 흐르고 흘러도 그럴 것 같다.
어제는 좋았고 잘 해낼 거라고 자신을 다독이다가도 오늘은 쳐져있는 모습을 스스로 느낀다.
왜 그럴까?
아무 이유도 없이 초라해지고 어두워질 때가 종종 있다.
자주 있으면 우울증이다.
누군가 나를 미워한다고 한들 나는 그것을 감지는 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뜻언뜻 생각이 난다.
좋은 관계로 지냈던 사람이었는데...
왜 그렇게 됐을까를 고민한다.
요즘은 나의 거울을 웃는 모습으로 보이려고 노력한다.
너무나 입꼬리가 화나게 내려가 있는 모습을 보고 고치려고 노력한다.
내가 그렇게 인상을 쓰고 다녔다는 증거가 내 얼굴로 나타난다.
나이가 들어서 온화하고 여유 있는 모습으로 늙기를 바랐다.
어느 정도 얼굴에 살아온 풍파가 그려져 있기 마련이다.
지금은 많이도 내려놓았다.
어떤 것은 잘했고 어떤 것은 못했다.
여러 가지 생각이 이 책을 읽는 계기가 되었다.
대화형식의 책이라 읽기가 아주 편했다.
편한 것을 추구하는 나의 성격과 맞아서 그런지 빨리 읽었다.
아들러의 심리학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항상 독서는 나에게는 새로움이고 자신감이다.
재미점수는 별 다섯 개 중에 세 개 정도를 주고 싶다.
스승과 제자의 대화였는지 작가들끼리의 대화였는지 헷갈리지만,
플라톤의 대화편 형식을 빌어왔다는 것은 기억이 난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누군지 나는 솔직히 잘 모른다.
나 싫어하냐고 물어볼 수도 없다.
그냥 느낌으로 안다.
아마도 1000명이 넘는 직장 내에서 나를 아는 사람은 100명이고,
그중에 친하게 지내는 사람은 고작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여기서 아는 사람은 동기들을 포함한 선후배를 세어보지는 않았으나 대략 100명 정도다.
부서를 여러 군데 근무했기 때문에 경조사라도 생기게 된다면 부조를 해야 될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100명으로 잡았다.
정확이 말하자면 얼굴은 500명 정도는 안다.
나머지는 잘 모른다.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나를 싫어하는 사림이 몇 명이 될까 생각해 봤다.
내 위에 선배들만 어림잡아도 50명은 되니까 그중에 반인 25명은 나를 싫어할 것이라 짐작한다.
아주 싫어하는 사람은 그중에 반인 10명은 된다고 봐야 한다.
인간관계의 법칙이 존재한다.
책에서도 언급이 되었지만, 내가 아는 사람 10명 중에 반드시 2명은 나를 싫어한다.
나머지사람들 중에 좋아하는 사람도 한두 명은 있다.
그리고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 사람들이다.
나를 다 좋아할 거라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모두가 나를 싫어해도 괜찮다는 말이 책 속에는 펼쳐진다.
그것은 싫어하는 사람의 몫이지 내 몫이 아니다.
바로 그것이 과제의 분리이고 내 과제가 아닌 것은 철저하게 분리해야 한다.
남을 의식하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런데 그것이 말처럼 쉽지가 않다.
세상을 살다 보면 타인의 말과 행동에 신경이 쓰이게 된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시선과 말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남을 의식하지 않으려고 노력해 보았지만, 그것이 정말 쉽지만은 않다.
대충 사는 게 좋다.
그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대충 산다는 것은 많은 것을 내포한다.
대충은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다.
내가 우선이고 나의 행복이 먼저다.
너무 이기적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렇게 살아야 나를 지킬 수 있다.
누구나 나를 좋아하게 남을 위해서 살다가는 나를 잃어버리게 된다.
미움까지 받아서 살라는 내용이 아니다.
미움이라는 감정도 내 감정이 아니고 타인이 감정이기 때문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남의 감정과 기분까지 생각해서 살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트라우마는 누구나가 조금씩 갖고 있다.
그것을 부정하기 바란다.
모든 인간관계는 고민이 있을 수밖에 없다.
곧 모든 고민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
지금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기 바란다.
책에서는 이런 말이 나온다.
“화폐란 주조된 자유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에 나오는 문장이 나온다.
돈에 대한 고민도 결국은 사람과의 관계다.
먹고사는 문제도 모두가 사람과의 관계다.
그런 고민도 다 사람이다.
그렇다고 혼자 독불장군으로 살라는 말이 아니다.
아들러 심리학에서는 타인에게 인정받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고 타인의 기대에 만족시킬 필요가 없다.
남의 눈치를 보면서 나의 행동반경이나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것을 부정한다.
정말로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나를 챙겨줄 사람이 옆사람이 아니다.
바로 나 자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을 친구로 볼 수 있다면 세계를 보는 눈은 달라진다.
배척이 아니라 함께하되 침범하지 않는 것이다.
책에서 유대교 교리를 보면 “내가 나를 위해 내 인생을 살지 않으면, 대체 누가 나를 위해 살아준단 말인가?”라는 말이 나온다.
정말 나를 위한 선물이 필요하고 다독거림이 필요하다.
아직도 담배를 피우지만, 젊었을 때는 담배를 피우면서 동료들과 대화를 나눴고 그것이 친분이었다.
담배를 끊으면 그것이 끊길까 봐 담배를 손에서 놓지 못했다.
그런 어리석은 생각을 했었다.
참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나는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나의 길을 가고자 했는데 그런 마음이 들었다는 것은 나도 남의 시선을 신경 쓰는 사람이었다.
의식하지 않으려고 내 나름대로 무의식 중에 생각하고 산 것이다.
지금도 그렇다.
다만 이제는 나이도 50이 훌쩍 넘었고 어느 정도는 그냥 넘어가는 게 많다.
열정이라고 하는 것이 젊었을 때와는 다르다.
인간관계도 많이 무던해졌다.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왔고 싸우지 않고 살았다.
그런데 오래 살고 보니 친했던 사람도 다 부질없어졌다.
처음에는 고민이었지만, 지금은 크게 신경 안 쓴다.
나만 잘살면 된다.
그것이 맞다.
정답이라고는 말하지 않겠다.
결국은 혼자서 감내해야 되고 해결도 혼자 하는 것이다.
외톨이가 돼라는 얘기는 아니다.
그저 사는 동안 나는 나대로 너는 너대로 살면 된다.
책의 구성은 5가지로 되어있다.
첫 번째는 트라우마를 부정하라.
두 번째는 모든 고민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
세 번째는 타인의 과제를 버리라.
네 번째는 세계의 중심은 어디에 있는가.
다섯 번째는 지금 여기를 진지하게 살아가라.
이렇게 구성된 대화형식의 책이다.
읽는데 지루하지 않아서 좋다.
오래간만에 이런 형식의 책을 읽는다.
대화 속에 끼어들어가서 나의 생각을 말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살아가면서 다툴 필요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알게 해 준다.
상대가 내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더라도 화를 내서는 안 된다.
남을 가르쳐서 이만큼 해줬는데 바라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남은 인생은 나를 위해서 철저히 살아야 된다.
이것이야 말로 책에서는 말하는 타인의 과제를 버리는 것이다.
책에서 수도 없이 언급된 말이 인간관계다.
원만한 인간관계를 맺으려면 어느 정도 거리가 필요하다.
모든 인간관계의 트러블은 대부분 타인의 과제에 함부로 침범하는 것,
혹은 자신의 과제에 함부로 침범해 들어오는 것에 의해 발생한다.
과제를 분리할 수 있게 되면 인간관계가 급격히 달라진다고 조언한다.
그것을 구별하는 방법은
“그 선택이 가져온 결과를 최종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누구인가?”를 생각하면 된다.
내가 저지른 일은 내가 수습해야 된다.
그러니까 남이 시켜서 하는 것은 타격이 결국 나한테 오는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주도권을 잡고 인생을 살아야 된다.
책에서는 아이의 공부에 대해서 부모로서 어떻게 해야 되는지 예를 들어 설명한다.
아이가 무엇을 하는지 알고 있는 상태에서 지켜보는 것,
공부에 관해 말하자면, 그것이 본인의 과제라는 것을 알리고, 만약 본인이 공부하고 싶을 때는 언제든 도울 준비가 되어 있다는 의사를 전달한다.
그것이 부모의 과제이고 아이의 과제를 분리하는 것이다.
나를 바꾸고 성장시키는 것은 바로 나다.
부모가 바라는 대로 자식이 될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내 자식이라도 부모의 기대를 만족시키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다.
뭐해라 지시하지 말아야 한다.
그저 지켜보고 응원하면 된다.
아이가 무엇을 하든지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방치와는 개념이 틀리다.
잘못하는 것은 도덕적인 측면에서는 바로 잡아줘야 한다.
책에서 “곤경에 직면해보지 못한 아이들은 곤경에 닥칠 때마다 그것을 피하려고 한다”는
아들러의 말이 나와있다.
결핍이 아이를 성장하게 만든다.
뭐든 다해주면 안 된다.
알아서 잘 크니까 걱정하지 말고 그릇된 길로 가는 것만 막아주면 된다.
책에서 아주 맘에 드는 말이 나온다.
"네 얼굴을 주의 깊게 보는 사람은 너뿐이다" 이 말에는 과제 분리의 핵심이 담겨있다.
다른 사람이 나의 얼굴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그건 그 사람의 과제이다.
내가 이러쿵저러쿵 따질 문제가 아니다.
나를 챙기고 나를 보듬는 것은 나밖에 없다.
아들러심리학의 근간은 목적론적인 발상이다.
이유는 따질 필요가 없다.
누구도 내 과제에 개입시키지 말고, 나도 타인의 과제에 개입하지 않는다.
이것이야말로 구체적이고 대인관계의 고민을 단숨에 해결할 수 있는
아들러 심리학의 획기적인 점이 원인과 트라우마를 부정하는 것이다.
남에 대한 인정은 필요가 없다.
책에서 ‘안티테제’라는 말이 나온다.
안티테제는 반정립을 의미한다.
책에서 헤겔은 변증법을 통해 인식이나 사물은 ‘정-반-합’이라는 3단계를 걸쳐 전개된다고 했다.
이 중 ‘반’에 해당하는 것으로 최초의 단계를 부정하는 둘째 단계를 뜻한다.
처음의 주장인 정립에 대립하며, 그 최초의 명제를 부정해 새로운 주장이 세워진다.
아들러는 개인 심리학에서 아들러 상식에 대한 안티테제(Antithese)라는 측면이 있다.
원인론과 트라우마를 부정하고 목적론을 추구하는 것, 인간의 고민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는 것, 인정받기를 바라지 않는 것, 나아가 과제의 분리까지 모조리 상식에 대한 안티테제이다.
남들이 내 맘을 알아줄 리 없다.
나의 뜻대로 남이 따라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다.
남이 바라는 나 같은 것은 신경 쓰지 말지어다.
상대가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든, 좋아하든, 싫어하든, 그것은 상대의 과제이다.
남의 일에는 일단은 개입하지 말자.
개입하는 것 역시 책에서는 자기중심적인 발상이라고 말한다.
책에서 타인에게 미움받고 싶지 않은 마음은 인간에게 극히 자연스러운 욕망이며 충동이다.
근대철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칸트는 그러한 욕망을 가리켜 ‘경향성’이라고 했다.
타인에게 미움을 받는 것이 자유다.
미움받는 것에 두려움을 갖지 말고 내가 하고 싶은 거 맘대로 하면서 살자.
책에서 인간관계의 카드는 내가 쥐고 있다고 주장한다.
책에서 아들러 심리학의 정식명칭은 ‘개인심리학’이다.
개인의 심리는 각자가 느끼는 것이고 누구도 헤아릴 수 없다.
남의 심리까지 꿰뚫고 산다면 머리 아파서 못 살 것이다.
책에서 이 사람은 내게 무엇을 해줄까? 가 아니라 내가 이 사람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를 생각해야 한다.
그것이 공동체에 공헌하는 길이다.
아들러 심리학의 핵심 개념이자 가장 평가가 갈리는 이론이라는 공동체 감각이다.
인간관계의 입구에는 ’ 과제의 분리‘가 있고, 목적지에는 ’ 공동체 감각‘이 있다.
공동체감각이란 ’ 타인을 친구로 간주하고, 그곳을 자신이 있을 곳이라 느끼는 것‘이다.
타인을 ’ 행위‘의 차원이 아닌 ’ 존재‘의 차원에서 살펴야 한다.
책에서 다른 사람과 한 명이라도 좋으니 수평관계를 맺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나의 능력밖에 있는 남의 것들은 철저히 분리해야 한다.
이 사회는 모두가 친구이고 어디든 소속이 되어있다.
내가 속해있는 소속 안에서 내가 하는 일들이 공헌을 한다는 것을 느낄 때 비로소 나의 가치를 실감하게 된다. 누구나 태어나서 제 몫을 하고 있다.
내가 이 세계에서 무엇을 어떻게 하고 살아가는지가 중요하다.
책에서 인간에게 가장불행한 것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고 나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그것 또한 과제의 분리이니 만큼 나는 신경 쓰지 않겠다.
오로지 나를 위해 모든 이 세상의 친구들을 벗 삼아 좋은 인생을 살 것이다.
지금 여기를 진지하게 살기 바란다.
복잡한 것 같지만 단순하고 단순한 것 같아 보이지만 복잡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사람의 감정은 수십 번 바뀐다.
그러니까 바뀌면 바뀌는 대로 오늘을 재밌게 살아가면 된다.
미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자유롭게 잘살고 행복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