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규 작가의 글을 읽고
프로야구 한국시리즈가 시작되면 내복을 꺼내서 입는다.
다음 해 시범경기가 되면 내복을 벗는다.
나의 내복 착용과 탈의 시기는 프로야구의 끝과 시작 시기와 같다.
추워지면 입고 따뜻해지면 벗는다.
내복은 아래만 입는다.
예전에는 위도 입었다.
10월 말이면 날씨가 추워지고 4월 초면 날씨가 봄을 알린다.
인천에서 자랐다.
물론 삼미 슈퍼스타즈의 어린이 회원이었다.
그 당시 가입비가 5천 원으로 기억한다.
잠바와 가방 그리고 여러 가지 선물이 있었다.
야구를 보러 공설운동장까지 걸어서 다녔다.
연예인들이 와서 야구했는지 행사했는지 기억은 가물거리지만 내가 본 연예인은 한진희, 장항선, 선우은숙, 이경진이었다.
남자는 키도 크고 잘생겼고 여자는 작고 예뻤다.
야구장에서는 늘 고성과 술병이 날아다녔다.
그물을 오르는 아저씨들이 있었고 쿠웨이트 박이라는 파마머리 아저씨가 유명했다.
야구를 좋아했고 선수들이 그려진 포토 카드를 갖고 있었다.
김봉연, 김일권, 이만수, 장효조, 함학수, 이종도, 백인천, 장명부, 김진우, 박철순, 최동원, 신경식 등등 좋아하는 야구선수의 포지션과 타율, 주 무기, 친필 사인이 기재되어 있었다.
야구 중계를 TV로도 봤고 직접 가서도 봤다.
8회 말부터는 공짜로 들어갈 수 있어서 학교가 끝나면 야구장으로 마지막 2회를 보러 갔었다.
동네에서는 아버지께서 사주신 나무 배트를 들고 야구를 했다.
골목에서 캐치볼도 하고 유리창도 깨 먹고 그랬다.
동네 형한테 공 던지는 법도 배웠다.
그 형은 커브랑 너클볼 던지는 그립을 가르쳐 주곤 했다.
글러브도 부드러운 천연 가죽 글러브였다.
나는 인조 글러브였다.
너구리 장명부는 삼미 슈퍼스타즈의 우상이었다.
그의 투구자세는 너구리처럼 능글능글하면서 동작이 크지 않은 투구였지만 타자들은 속수무책이었다.
삼미 슈퍼스타즈는 인천 야구의 신화 같은 구단이었다.
만년 꼴찌였지만 인기는 대단한 팀이었다.
야구를 못해서 인기 있는 정감이 가는 팀이 바로 삼미였다.
마스코트가 방망이를 들고 있는 슈퍼맨이라 마음에 들었다.
잠바 디자인도 팔에 별이 그려져 있어서 제일 멋있었다. 지금이라도 구입할 수 있으면 사고 싶다.
소설 속의 내용은 나와 같아서 너무나 놀랐다.
인천이었고 어린이 회원에다가 지금은 한 번도 못 이기는 직장인야구팀 소속이다.
이 책으로 시간여행을 하고 왔다.
주말이면 야구를 보는 것이 일상이었는데 어느 순간인가 중계를 끝까지 시청하는 것이 재미가 없어졌다.
모든 구단 선수들의 이름과 순위를 꿰차고 있었는데 지금은 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만 본다.
하일성 해설위원을 좋아했는데 고인이 되었다.
1982년도의 야구와 2025년의 야구는 같지 않지만, 그 인기는 예나 지금이나 같다.
인천을 연고로 하는 팀이 있지만 공설운동장에서 문학경기장으로 바뀌면서부터 야구장을 많이 가지 않았다.
삼미가 그렇게 청보로, 태평양으로, 현대로 바뀔 때까지만 좋아했던 것 같다.
인천 야구가 당구처럼 짜다는 소리를 들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오리지널 인천을 대표하는 야구팀은 바로 삼미 슈퍼스타즈이다.
아직도 팬클럽이 존재하는지 모르겠다.
작가의 출신이 인천인 줄 알았는데 울산이다.
이렇게 자세하게 인천 야구의 역사를 짚어준 것에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삼미 슈퍼스타즈 선수들의 특이한 이름은 폭소를 자아내게 했다.
어린 시절과 젊은 시절에 방황했던 내용들이 나와 비슷하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나는 경양식집에서 아르바이트했다.
인천의 유명한 경양식집이었다.
거기서 친구와 먹고 자고 했다.
집을 두 달간 가출한 상태였고 거기서 바텐더를 했었다.
그러다가 다시 집에 들어갔다.
거기서 카운터를 보는 노래 잘 부르는 누나를 좋아했다.
정말로 노래를 기막히게 잘 불렀다.
이름은 기억이 안 난다.
주 무대가 동인천이었고 신포동에서 술을 마셨다.
여러 가지로 내가 살아온 무대와 추억들이 나를 소재로 쓴 소설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아주 똑같다.
주인공은 야구 회원이 된다.
단짝과 삼미를 응원했다.
대학에 가기 위해 공부에 전념했고 각자의 인생을 살게 된다.
다시 그렇게 주인공과 친구는 재회한다.
그리고 팬클럽을 결성한다.
이 책의 줄거리이다.
프로야구 원년의 캐치프레이즈가 ‘어린이에겐 꿈을, 젊은이에겐 낭만을’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정말로 신나는 야구판이 벌어진 것이다.
1982년도에 프로야구가 출범한다.
6개 팀으로 시작했던 프로야구가 2025년 지금은 10개가 되었다.
현재의 기준으로 연고와 구단을 소개하자면 SSG랜더스(인천), 한화 이글스(대전), 기아 타이거즈(광주), NC 다이노스(창원), 롯데 자이언츠(부산), 삼성 라이온즈(대구), KT 위즈(수원), LG 트윈스, OB 베어스(서울 잠실), 키움 히어로즈(서울 고척)이다.
출범 당시 프로야구팀은 인천·경기·강원도를 연고로 하는 삼미 슈퍼스타즈, 서울을 연고로 하는 MBC 청룡, 호남을 연고지로 둔 해태 타이거즈, 대구·경북 지역을 연고로 하는 삼성라이온즈, 부산·경남 연고 구단 롯데자이언츠, 대전·충청 연고의 OB 베어스 등 팀 6개로 리그를 시작했다.
책을 읽다 보면 원년의 프로야구와 그 당시의 굵직했던 역사를 알게 해 준다.
그 당시만 해도 애국가가 울리면 그 자리에 멈춰서 가슴에 손을 얹고 국기를 향해서 서 있었다.
통행금지가 해제된 것도 그 당시의 역사다.
밤에는 불 끄고 자야 했던 것이 없어진 것이다.
동네는 컴컴했지만, 밤에도 다닐 수 있는 자유가 생겼다.
개막경기의 기억과 한국시리즈의 마지막 경기도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이 책에서 자세히 소개해 준다.
삼미 슈퍼스타즈는 82년 2월 5일 창단에서 85년 6월 21일의 마지막 경기까지-3년 6개월이라는 짧은 세월 동안 통산 120승 4 무 211패의 전적을 기록하고, 프로야구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전무후무한 역사적인 팀으로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삼미의 회원으로서 늘 졌지만 가장 사랑하는 팀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도 회자하는 야구단인 것이다.
이렇게 오랫동안 우리의 가슴속에 살아 숨 쉬는 대상이 된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못하는 팀이 좋다.
잘하는 팀은 잘하나 보다 별 관심이 없지만 너무 못하는 팀은 애정이 간다.
지는 것이 반복되다 보면 타격이 별로 없다.
너무 져서 당연한 것이 되었다.
누군가는 지지 않고 이긴다.
이기는 것이 당연한 결과가 된다.
전력 차이가 그런 결과를 만들어 냈지만, 어느 시점이 지나면 비슷한 경기력이 되고 이기는 팀이 된다.
결국에는 모두가 만나는 평준화가 되기도 하고 꼴찌가 일등을 하게 된다.
이 세상은 주류만 인정하지만, 비주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위안이 되는 책을 만났다.
비교하는 사회가 아직이지만, 예전보다는 각자의 삶에서 개성이 존중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희망을 안겨주는 책을 만났다.
주인공은 명문대를 졸업하고 회사에 들어갔지만, 이혼과 더불어 IMF 여파로 구조조정을 당한다.
열심히 했지만, 회사를 나와야 했다.
그러다가 친한 친구와 같이 산다.
친구 조성훈은 아직도 삼미 슈퍼스타즈의 가방을 간직하고 있다.
둘은 팬클럽을 창단한다.
실제로 경기도 진행한다.
삼미처럼 야구한다.
그것이 팬클럽의 원칙이다.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다.”
이것이 마지막 팬클럽의 캐치프레이즈이다.
절대 잘하면 안 된다.
그래 잘하지 말자.
꼭 잘해야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 잘하지 않아도 좋다는 말을 해주고 있는 책이다.
멋진 책을 만났다.
책에서 이런 대목이 있어서 메모했다.
“화목한 가정은 이처럼 구성원 개개인의 자그마한 노력으로 이루어진다.”
마음에 와닿는 구절이었다.
정해져 있는 나의 역할이 있다.
뛰어나지 않아도 가정이든 직장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기에 돌아가는 것이다.
야구를 인생에 비유한다.
9회 말 투아웃 투스트라이크 스리볼에서도 만루홈런이 나오기 때문이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콜드게임으로 끝나지 않는다면 기회는 온다.
소속이 인간의 삶을 바꾼다는 책의 구절이 무척 와닿는다.
소속의 결여가 그만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당장 소속이 바뀌거나 없어지면 삶이 바뀐다.
작가의 책 중에 ’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먼저 읽고 이 책을 읽었다.
주인공의 첫사랑은 아주 미인이었고 노상 방뇨하는 여자를 둘러업고 일하는 카페에 재우면서 시작된다.
그렇게 주인공의 세상은 3명의 애인과 7명의 섹스파트너가 있는 만큼이나 넓어져 있었다.
미인이었던 주인공의 첫사랑은 그렇게 결혼한다는 통보를 하고 훌쩍 떠나버렸다.
책에서 좋았던 구절은 아래와 같다.
“왜 그렇게 사냐는 질문은- 왜 그런 춤을 추고 있냐는 질문과 같은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분명 그것은 어떤 이론이 아니라 하나의 리듬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면
“그건 내 인생이니까”라고, 말할 것 같다.
누가 내 인생을 논할 자격이 있는가.
춤춰본 지 오래되었다.
나이트에 가서 춤이라도 춰야겠다.
리듬에 맡겨볼 예정이다.
또 하나의 구절은 “인생은 결국, 결코 잘하리라는 보장도 없이- 거듭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티다가 몇 가지의 간단한 항목으로 요약되고 정리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지금도 버티고 있는, 그래서 아무 일 없이 흘러가고 있는 우리의 삶은- 실은 그래서 기적이다.”
앞으로 우리의 무탈한 삶이 계속된다면 기적이라고 말하고 싶다.
전쟁이 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건강해야 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구절은 “먹고살아야 한다. 세상을 잘 살기 위해서는-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좋은 습관, 그리고 사는 건 원래 힘들고 재미없다는 사실에 대한 빠른 인식이 필요하다. 그 세 가지만 제대로 갖춘다면 누구나 이 세계에서- 먹고, 살 수 있다고, 나는 생각했다, 물론이다.”
이 세 가지를 나는 갖추었다.
긍정적인 것은 이미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나의 생활방식이다.
대충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느려도 목적지에 도착한다.
스트레스는 되도록 받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게으름이 한몫한다.
즉흥적으로 사는 아주 좋은 습관을 갖고 있다.
사는 게 재미는 없지만 재밌으려고 사는 것 같다.
그냥 생각 없이 편하게 산다.
좋았던 구절 마지막이다.
“관건은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 뛰지 않는 것, 속지 않는 것, 찬찬히 들여다보고, 행동하는 것, 피곤하게 살기는, 놈들도 마찬가지다. 속지 않고 즐겁게 사는 일만이, 우리의 관건이다. 어차피, 지구도 멸망한다.”
글쎄 나는 누군가를 탓하지 않아서 모르겠다.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큰 탓이로소이다.”
이 말은 어릴 때부터 말해서 그런지 대부분을 내 탓으로 돌리니 싸울 필요가 없어졌다.
누군가를 미워하기도 했지만 속이지는 않는다.
웃음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나이가 드니 표정이 썩은 미소가 되었다.
인자한 미소를 머금은 얼굴이 되고 싶다.
나를 기쁘게 하는 것들이 많지 않은 요즘이다.
괴짜의 삶이 좋았고 어릴 적 얄개를 좋아했고 코미디언을 좋아했다.
만화를 즐겨봤으며 사진부 활동을 했다.
군대를 갔다 왔으며 좋은 직장에 취직했다.
나 또한 미미한 존재라는 것은 안다.
기분에 따라 토라지기도 한다.
화가 났다가도 금방 좋아진다.
친구들은 모두 인천에 산다.
나는 경기도에 살아서 모임에 자주 못 나간다.
그 모임은 내가 만들었다.
나와 친구들의 동창 모임이다.
잘 나가는 친구 하나 없지만 못 나가는 친구도 없다.
그것이 나이고 친구들이다.
인천에서 젊은 날을 보냈다.
가끔 인천에 사시는 부모님 댁에 갔다가 그 시절이 생각나서 가본 적이 있다.
정말로 좁디좁은 골목을 어렸을 때는 그렇게 동네가 컸었는지 모르겠다.
이미 우리 집은 빌라로 변해있었고 동네의 끝은 정말로 짧은 거리였다.
목욕탕이 앞에 있었고 석유 집도 먼 거리가 아니었다.
그 무서웠던 육교도 없어졌고 경쟁하던 문구사도 없어졌다.
학교는 왜 그렇게 작게 보이는지 모르겠다.
가로수는 그대로였지만 커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자그마한 소년이 중년이 되어버렸다.
나는 행복하다.
이렇게 즐거운 소설을 읽고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한다.
“1할 2푼 5리의 승률로 살아가는 모두에게” 희망을 주는 책이다.
사는 동안 많은 고난과 역경이 있을지언정 나를 응원하는 단 한 명의 팬이 있다면 괜찮은 삶을 산 것이다.
그것이 내가 느낀 감정이다.
나를 사랑하고 아껴주는 부모님과 친구들이 있다면 된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