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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상희 Jan 02. 2024

리본이와 체리

아이고, 의미 없다.

새해를 맞는다고 이불을 빨고, 청소기를 돌리고, 싹싹 방을 닦고, 창틀 먼지도 닦았다. 그리고 작가의 서랍도 들여다보다 모두 지웠다. 날짜 지난 이야기들이다. 이렇게 써볼까, 저렇게 써볼까 고민만 하다가 시기를 놓친 이야기들이 쉽게 버려졌다. 작년에는 서랍을 들여다보며 내내 아까워하며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했었다. 갑자기 떠오른 생각의 조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보려고 했는데 되지 않았다. 어떻게 매일매일이 스펙터클 하기만 하겠는가. 작은 것에서도 의미를 찾아보려 애쓴 것만으로도 나를 칭찬하고 넘어가련다.



나만 강아지 없어!


라는 딸의 말에 1차로 박스 강아지 리본이를 만들고, 꼬리가 없고 다리가 튼튼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2차 박스 강아지 체리를 만들었다. 체리는 독일에서 크리스마스 휴가를 온 조카에게 입양을 보내려고 했는데 그 먼 곳에서 겨우 일주일을 보내고 가느라 정신없는 짐들 틈에서 그들과 함께해 입양 보내기에 실패했다.


우리 집 강아지들은 놀아달라고 떼를 쓰지도 않고 간식을 달라고 아양을 떨지도 않는다. 그저 꿋꿋하게 자리를 지킨다. 잠시 눈이 마주치면 빙긋 웃는 것 같아 예쁘다. 


지난 2023년이 나에게 빙글 웃는다. 특별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열심히 살지 않은 것은 아니니 괜찮았다고 토닥인다. 뭔가 잘 되어가고 있다며, 다 잘될 것 같다며 신이 났었다. 그러고는 지난해를 마무리할 때 나에게 금 석돈짜리 목걸이를 선물하겠다고 차근차근 돈을 모았었다. 중간중간 금은방에 들러서 내가 사고자 하는 목걸이의 금액을 살폈다. 조금씩 오르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에게 오랜만에 하는 선물이라 감당하겠다 다짐했다. 나는 액세서리를 거의 하지 않는다. 아주 가끔 귀걸이를 하는 것뿐이다. 친구들을 만나면 하나씩 목걸이나 팔찌가 늘어 있었다. 나만 액세서리를 하지 않는 것 같고, 중년이라면 금목걸이 하나 정도는 걸어줘야 하는 것 같아서 12월이 가기 전에 사야겠다고 생각했더랬다.


금 모으기 운동 때 애기들 돌반지까지 모두 팔아 집에는 금이랄 것이 없는데 이제야 금을 마련해 보는구나 하고 집을  나서서는 식구들 먹일 장을 잔뜩 봐 왔다. 금값이 계속 오르고 있으니 가지고 있으면 나중에 도움이 되기도 하겠지만 막상 사려고 하니 별로 맘에 드는 것도 없고 딱히 사야 하는 이유도 모르겠고, 그냥 반찬이나 사자-해버린 거다. 


그냥, 

또 그렇게 사는 거지.

박스 모아서 강아지 만들고

그냥 가끔 엉뚱한 짓을 하면서

그렇게 사는 거지 뭐.


그래도 11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수상자들은 몹시도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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