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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꿉장난

비난과 칭찬사이

by 배추흰나비

일이 몸에 슬슬 익는 것은 시간이 해결해 주지만 바쁜 것은 내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다 보니 작은 그릇에 음식을 담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바빠도 되도록 예쁘고 먹음직스러워 보이게 담으려고 노력한다.

일이 시작되면 여기저기서 내 이름이 난무한다.

“상희 씨! 이리 와서 이것 좀 뒤집고 있어 봐.”

“상희 씨, 죽 올렸어?”,

“상희 씨, 파 다 다듬었나?”

“상희 씨, 상희 씨”

살면서 내 이름이 이렇게 간절하게 불린 적이 몇 번이나 있었을까? 나는 언니들이 말하는 모든 것을 해내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아마도 내가 제일 막내이다 보니 필요할 때마다 부르는 것 같다. 그래도 나의 실제 담당하는 일을 소홀히 할 수 없다.

상희 씨 어딨어?

소꿉장난하고 있더라?


언니들끼리 하는 말이다. 나는 메인 메뉴로 나갈 탕수육을 세팅 중이었다. 튀긴 고기를 담고 그 위에 색색의 볶은 채소를 올리고 소스를 그 위에 뿌리면 된다. 볶은 채소를 한 주걱씩 푹푹 떠서 담으라고 했는데 그렇게 하다 보니 색이 고르지 않았다. 하나하나 빨강, 초록, 노랑의 피망과 양파와 석이버섯을 골고루 담기 위해 집중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이고 보기에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은 것 아닌가. 오방색이 골고루 들어간 음식을 먹으면 하늘과 동서남북의 복이 산모들에게 깃들 것이니.


언니들의 눈에는 나의 집중하는 꼴이 소꿉장난으로 보였나 보다. 그도 그럴 것이 국을 풀 때 큰 국자로 한 번만 딱 푸면 국그릇에 안성맞춤인데도 굳이 작은 국자를 가져와서 세 번씩 양을 보아가며 푸는 모습이 답답했을 것이다. 작은 국자가 편한 나는 일주일은 지나서야 큰 국자에 적응했다.


탕수육 소스를 가지고 다가온 반장언니가 내가 하는 양을 보고는

아이고, 이쁘게도 잘했네. 머리 좋고 젊은 사람이 오니까 보기도 좋게 일을 잘하는구먼

하고는 아기에게 하듯이 엉덩이를 톡톡톡 두들겼다. 나이 쉰셋에 귀여움을 받고 있다. 소꿉놀이하듯 하지 않고 전문가처럼 척척 일을 해내려면 아마도 아직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소꿉놀이가 필요하다면 그것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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