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아닙니다.
오늘 맡은 임무는 맛탕용 고구마 튀기기이다. 면장갑과 고무장갑으로 무장을 하고 기름을 붓고 기름이 끓기를 기다렸다. 얼추 기름이 달궈진 것 같아서 소금을 한 꼬집 넣어 차르르르 튀겨지는 것을 보며 기름 온도를 체크하려 했다.
소금을 넣어 볼까요?
했더니 옆에 언니가 작은 총 같은 것을 내밀었다. 온도 체크기였다. 그것의 방아쇠를 당기자 123 이런 숫자가 떴다. 기름의 온도다. 140도가 되면 고구마를 넣으라고 했다. 나는, 그게 너무 신기해서 계속 총을 쏴 대다가 140이 찍히자 고구마를 넣었다.
고구마를 넣고 계속 저어가며 노릇노릇을 살짝 넘는 갈색으로 빵빵하게 부풀면 꺼냈다. 지나가던 언니가 튀긴 고구마를 보더니 어째 썰어 놓을 때는 양이 많아 보이더니 튀긴 걸 보니까 양이 적어진 것 같다고 했다.
이상하네. 고구마는 튀긴다고 양이 적어지거나 많아지는 게 아닌데, 아마 상희 씨가 튀기다가 하나씩 집어먹었나 보네. 많이 줄었어.
나는 얼른 ‘죄삼다’했다. 모두 까르르 웃었다. 반장 언니가
나중에 양 부족하면 상희 씨 올라가!
해서 나는 얼른 ‘예’하고 대답했다. 반장 언니는 그게 뭔지 알고 예라고 대답하냐고 물었다. 아마도, 무서운 선배들이 너 화장실 뒤로 나와, 그런 뜻 아니겠냐고 대답하니 또 다들 와하하 웃었다. 알고 보니 반찬을 놓아야 하는 자리에 반찬이 떨어져 올리지 못하면 민망하니 그 자리에 올라가 앉아 있어라-뭐 그런 말이었다는 조리실용 조크였다.
나는 요리할 때 간을 보지 않는다. 간을 보지 않아도 대충 간이 맞는 편이다. 간을 보아보아봤자 국간 정도이다. 더구나 튀김은 먹어볼 필요가 없다. 튀겨 나오는 색을 보면 얼추 알겠고, 혹시 내가 잘못 튀겼다면 언니들이 가만히 안 있을 테니 말이다.
예전에 나였다면 먹지도 않은 고구마를 먹었다고 한다고 사람들이 나를 음해한다고 했을 것이다. 아랫사람을 드잡이 하는 곳에서 일을 하지 못하겠다고 했을지도 모른다. 농담이 오고 가는 상황이라는 것을 파악하지 못하고 내가 덩치가 좋아서 사람들이 먹을 것이 줄면 나를 의심한다며 억울하고 서러워서 질질 짰을지도 모르겠다. 이제, 나는 별로 맺힌 것이 없어서 농담을 농담으로 잘 받아친다.
다음에는 쪼끔만 주워 먹겠습니다 하며 열심히 맛탕 고구마를 튀긴다. 달콤한 웃음이 오가는 조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