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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머 생성

아닙니다, 아니에요

by 배추흰나비

그림을 그리러 갔다. 전시회가 얼마 남지 않아서인지 불안한 우리들은 그림에 집중하지 못하고 수다에 집중했다. 그러다 내가 그림 위에 써넣은 글이 꼭 시 같다며 칭찬이 날아들더니 내가 누구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내가 조용히 그들 앞에 가만히 앉아 있는데 말이다.


반장이 작가님(카카오톡 대문 사진을 보고 짐작했단다) 이더라 했다. 무슨 작가인가 하다가 글을 쓴다더라 하다가 핸드폰을 꺼내 나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내가 글을 쓰는 작가라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가만히 있었는데 검색까지 하니 너무 깜짝 놀라 나도 핸드폰을 들었다. 얼마 전에 쓴 우리 어반스케치 선생에 대한 혹평과 불만과 열받음을 쓴 글이 발각이 될까 봐서다.


나를 검색해 봐야 뭐가 나올까 싶고, 뭐가 나와도 거짓은 아닐 테고, 그나마 내 책을 사서 보는 것이 아니라면 블로그나 브런치에 쓴 글을 읽을 텐데 갑자기 불안감이 밀려와서 '나는 가끔 상상을 해'를 급히 삭제해 버렸다.


반장은 내 이름을 검색 했고, 놀라운 일이 펼쳐졌다. 나와 동명이인의 작가가 나왔다. 살면서 나와 이름이 같은 사람은 부산에 살던 친구의 친구뿐이었다. 성까지 같은 사람을 본 적도 없었다. 검색에 나온 그 사람은 청소년소설가였다. 맞냐고 해서 아니라고 했다. 아니니까. 그랬더니 또 다른 사람을 찾아냈다. 나의 이름은 글 쓰는 사람 이름 인가 싶게 몇 명이나 검색되었다. 맞냐고 해서 아니라고 했다. 그러다 한 십 년 전쯤 인터뷰한 기사를 찾아냈다. 물론 내가 아니었다. 그런데 그 작가님의 사진이 나와 있는데 서로 돌려보더니 젊은 내가 맞다고 했다. 나는 늘 생머리나 딱 선생님 같은 헤어스타일만 하다가 근래 뽀골뽀골 긴 히피펌을 했는데 그 사진 속의 작가가 딱 그런 헤어스타일이었다. 젊고 쌩쌩해 보이는 그녀의 눈동자가 나와 닮아 있었다.


아니야, 아니라고 외쳤지만 그들은 그녀가 나라고 단정 지어버렸다. 나와 이름이 같은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했지만, 나와 이름과 나이가 같은 아주아주 훌륭한 작가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부러워한 적이 기억이 났다. 나는 팀원들에게 나는 그 기사 속 그녀가 아니고, 신기하게도 그녀와 생년이 같더라 했더니 예, 예 하며 왜 자꾸 아니라고 하냐고 했다.


루머는 이렇게 쉽게 만들어졌다. 이렇게 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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