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세계

선주양과 양다리

by 배추흰나비

나의 애제자 선주는 지금 스무살이 훌쩍 넘었지만 나는 늘 선주를 선주양이라고 부른다. 일곱 살부터 십년 넘게 가르쳤다. 일곱 살의 선주가 어찌나 귀엽고 이쁘던지 선주를 보면 별명처럼 ‘선주양’이라고 불렀다. 말하는 것이 어른스러워서 예우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어느날 선주양이라고 부르니 아이가 불만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선생님, 선생님은 왜 저를 선주양이라고 부르세요?”

“앗, 예뻐서 그렇게 불렀는데 왜? 싫으니?”

“네, 다르게 불러주세요.”

“그렇구나, 그럼 어떻게 불러줄까?”

“선주 토끼로 불러주세요.”

선주토끼? 양은 싫구나 토끼가 좋구나. 눈치없이 나는 양이 싫은 선주에게 계속 선주양이라고 불렀던 것이다. 그 싫은 표현을 꾹 참고 있었나보다. 미안하다 선주토끼야~. ‘양’이라고 부른 이유를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았고 사과했다.

오래된 이 이야기가 기억이 난 것은 지인의 딸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다.

어느날 둘째 딸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학교 끝나고 나서 남자아이 두명이랑 떡볶이를 먹기로 했다며 조금 늦게 집에 들어가도 되느냐고 했단다. 집으로 돌아온 아이는 기분이 좋아보이지 않았는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단다. 아이들 잠자리를 봐주고 거실에 앉아 있을 때 둘째딸이 방문을 박차고 나와서 막 소리를 지르더란다.

"엄마! 나 너무 화가 나! 너무 화가 나서 잘 수가 없어!

아까 친구들이랑 떡볶이 먹고 있는데 지나가던 같은반 여자애가 그걸 보고 ‘너 양다리구나?’그랬어!! 아무리


내가 키가 작고 다리가 짧은건 사실이지만 양다리가 뭐야 양다리가!! 속상해!!! "

생각이 꼬리를 물고 물어서 우리 아들이 생각이 났다. 그녀석도 지금은 어엿한 어른이지만 아직 어린 아이였을 때 꿈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경찰이라고 했다. 나쁜 사람 잡는 경찰이 되고 싶단다. 며칠 후 경찰은 안되겠단다. 티비에서 봤는데 나쁜 사람 잡다가 다치는 걸 봤단다. 그래서 경비아저씨가 되기로 했단다. 왜 경비아저씨냐고 했더니 경찰이랑 옷이 비슷해서라고 했다. 다시 며칠 지나서 경비아저씨도 안되겠단다. 왜냐고 했더니 청소하기 싫단다. 옷만 보던 아이가 일의 본질을 알고 포기를 한 것이다. 제 방도 못치우는 아이의 현명한 선택이었다.

지금도 미래를 향해 야무진 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해 애쓰는 선주양과 울 아드님이 어떤 밥벌이를 하게 될지 생각은 끊이지 않고 계속되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