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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상희 Apr 06. 2023

이런 엄마

엄마도 만찬가지

아들에게 '어디니?'라는 문자를 보내면 '왜?'라는 답장이 온다. 왜라니, 그냥 어디입니다.라고 하면 안 되는 건지 어디냐고 물은 내 손가락이 부끄럽다. 한 번은 정색을 하고 말했다. 엄마가 어디냐고 물으면 어디입니다라고 대답하면 된다고 말이다.


아들은 엄마와의 문자는 되도록이면 짧게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맞춤법 틀렸다고 혼이 날까 봐서란다. 아니 그럼 <왜>를 <외>라고 하는데 어떻게 하니.


아이가 여덟 살 때쯤 방청소를 하다가 꼬깃꼬깃한 쪽지들을 책상 뒤편에서 발견했다. 펴 보니 이렇게 써 있었다.


아빠 미어


다른 것도 펴 보았다.


누나 미어


그래도 엄마 미워는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다른 쪽지도 펴 보았다.


엄마도 만찬가지

이모도 만찬가지


가슴이 툭 떨어졌다. 나는 훌륭한 엄마가 되려고 무척 노력하였고 사랑을 표현하려고 애쓰긴 했지만 따뜻한 엄마라기보다는 엄격한 엄마였다. 여러 가지 생각이 오갔다. 자신의 화를, 억울함을 이런 방법으로 다스리고 있었을 아이의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며칠을 고민하다가 아이를 불러 앉혔다.


아들아, 누가 나를 괴롭히거나 혹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뭐라고 하지? 밉다고 하지? 여기 종이에 <미워> 써봐. 그래 그래 그렇게 이응에다가 우 먼저 쓰고 어를 쓰면 되는 거야. 그래그래.

이번에는 이렇게나 저렇게나 다 똑같다는 말이 뭐지? 그래 <마찬가지>라는 말이란다. 써 봐. 마. 찬. 가. 지


나는 이런 엄마였다. 뭐 잘났다고 그랬을까. 그냥 한번 꽉 안아주고 끝내면 안 되었을까? 하지만 안아주고 뽀뽀 해준다고 맞춤법을 알게 되는 건 아니니까... 가끔 그때일이 생각이 난다. 잘했어! 하다가도 지나쳤어! 하다가 이미 지난 과거에 이럴걸 저럴걸 밤을 새운다.


어느 날 친구에게 말했다.

우리 아들한테 어디니 라고 물으면-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친구가 말한다.

왜? 라고 하지? 아들들은 다 그래 멋대가리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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