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 숟갈의 무게

by 벼리

어제까지만 해도 우리 아이는 내 손에서 숟가락을 받아 입을 벌렸다. 그런데 오늘, "내가 할래"하며 숟가락을 빼앗아 들었다. 서툰 손으로 밥을 푸고, 떨리는 손가락으로 국을 뜨고, 진지한 눈빛으로 반찬을 골랐다. 밥알은 흩어지고, 국물은 반이나 흘렸지만, 그 눈빛만은 단단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데 불현듯 가슴이 저몄다. 밥 한 숟갈이 삶의 무게로 다가왔다. '이제 우리 아이도 삶이라는 무게를 하나씩 짊어지기 시작하는구나.' 내가 겪었던 힘든 시간들을 이 작은 존재도 앞으로 알게 되리라는 것, 이 세상이 항상 친절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언젠가 깨닫게 되리라는 것, 인생이 때로는 가혹할 수 있다는 진실을 마주하게 되리라는 것이 내 마음을 무겁게 했다.


내가 밥을 떠먹여 줄 때는 모든 것이 완벽했다. 적당한 양, 좋아하는 반찬, 맞춤 온도의 국물. 마치 아이 삶에서 모든 어려움을 내가 정리해 건네주는 것처럼. 그런데 이제 아이는 스스로 그 무게를 감당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리고 아이가 흘린 국물을 보며 생각했다. 앞으로 이 아이가 흘릴 눈물은 얼마나 될까. 맞닥뜨릴 좌절은, 짊어질 책임은, 감당할 삶의 무게는.


"부모는 자식 가슴에 옹이구멍이 생기는 순간을 모른다.“


문득 '폭싹 속았수다' 드라마 속 대사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첫 실패의 쓰라림, 첫 이별의 아픔, 꿈이 무너지는 순간... 그 시간들이 언제 찾아올지, 그때 아이가 얼마나 아파할지 나는 알 수 없다. 따뜻한 자장면 한 그릇으로 위로해주고 싶어도, 그 순간 내가 옆에 없을지도 모른다. 사는 게 참 힘든 일인데, 그 힘듦을 내가 대신해줄 수 없다는 현실이 가슴을 짓누른다.


밥 한 숟갈의 무게가 삶의 무게로 느껴진 건, 아마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이 작은 존재가 긴 인생이라는 여정을 스스로 걷기 시작했다는 것. 그리고 그 길에서 내가 모든 것을 대신해줄 수 없다는 사실. 살아간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인데, 이제 그 길을 내 아이도 걸어가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순간, 밥 한 숟갈의 무게는 세상의 모든 무게가 되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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