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베개

by 벼리

우리집 아이는 베개를 거부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베개 대신 엄마를 선택한다. 한밤중에 보면, 아이는 베개를 밀어내고 엄마의 가슴과 배, 때로는 팔과 다리 위에 머리를 올린다. 그래서 침대에서 아이는 늘 가로로 눕는다. 처음에는 세로로 누워야 할 아이가 침대를 가로지르는 모습에 불편해 보였지만, 이제는 그 모습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어젯밤, 그 모습을 지켜보며 문득 생각했다. 내가 엄마에게 기대어 본 적은 언제가 마지막일까? 나는 언제 마지막으로 엄마의 품에 안겨 잠들었을까? 그 기억은 너무나 오래되어 실체를 잃어버렸다. 까마득한 시간 너머, 아득한 과거 속에 남겨진 감각이 되어버렸다.


나이를 먹으며, 나잇값을 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 살다 보니, 누군가에게 기댄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잊어버렸다. 나 또한 엄마의 품에서 시작했을 텐데. 엄마의 살과 내 살이 맞닿았던 그 본능적인 친밀함은 내 몸 어딘가에 각인되어 있을 텐데. 세월이 흘러도 내 몸은 여전히 그 감각을 붙들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자취는 점점 희미해지고 말았다.


아내와 아이가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잠든 모습을 바라본다. 시간의 겹이 보인다. 아내가 자신의 엄마에게 안겨 있던 순간, 내가 엄마 품에 안겨 있던 순간, 그리고 지금 내 아이가 아내에게 안겨 있는 순간. 세 세대의 시간이 한 지점에서 만난다.


‘기댐’이라는 행위가 지닌 의미를 곱씹어본다. 기댄다는 것은 단순히 물리적으로 몸을 의지하는 것을 넘어선다. 그것은 신뢰와 안전, 사랑의 표현이다. 아이가 엄마에게 기대듯, 아내도 한때 엄마에게 기댔고, 나 역시 엄마에게 기댔을 것이다. 흐르는 강물처럼 세대를 건너 이어지는 이 살갗의 언어, 피부로 전해지는 무언의 사랑.


아이의 숨결이 엄마의 살결에 닿을 때마다, 강함과 약함, 의지함과 의지되는 것이 얼마나 아름답게 공존하는지를 깨닫는다. 그 순간,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가슴 한 켠을 적신다. 다시 기대기에는 내가 너무 나이든 느낌, 온기를 느끼고 싶지만 다시 온기를 느끼기엔 너무나 부끄러운 마음. 아이가 엄마에게 기대어 자는 모습 속에서, 오래된 파묻힌 감각의 조각들이 다시 살아난다. 잊고 있던 감각들이 몸의 어딘가에서 깨어나고, 그리움은 현재의 따스함으로 번역된다.


아내와 아이가 서로에게 베개가 되어 잠든 모습을 바라보는 것. 이 광경은 나에게 조용한 위안이 된다. 베개로는 결코 대신할 수 없는, 살과 살이 맞닿는 그 온기 속에서 세대를 이어 흐르는 사랑을 목격하는 것이니까.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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