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화단 3

없는 꽃이 없다

by 연분홍

아마 작년에도 화단에는 같은 꽃들이 피어 있었을 텐데, 그때는 보이지 않았던 꽃들이 요즘은 바쁜 내 발걸음을 멈춰 서게 한다.

우리 아파트에는 정말 없는 꽃이 없다.


날마다 출근길에 꽃 사진을 찍고 오늘은 이 꽃 이야기를 써야지 했는데,

참 잠깐 시간 내서 사진 한 장 올리고 글 한쪽 쓰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이구나 싶다.

작약 이야기를 써야지 했는데 어느새 작약이 다 졌다.

장미와 월계화를 구별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글을 써야지 했는데

월계화도 꽃잎이 떨어지고 있다.

월계화와 작약

아파트 정문 바로 옆에 잘 모르는 작은 꽃들이 있어서 늘 사진을 찍어 두었는데

그 꽃이 “매발톱”이었다. 오머나! 어쩌면 누가 그 이름을 지었는지 정말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색깔도 다양한데 짙은 보라색 매발톱도 무척 인상적이었는데, 오늘 출근길에 본 진한 분홍빛의 매발톱은 참 이쁘다. 늘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제대로 된 모습을 못 봤는데 오늘 꽃은 고개를 딱 들고 있어서 정면 샷을 건졌다.

매발톱 기억해 둔다.

매발톱

입구동에 운동공간이 있는데 그 옆에 비밀의 정원이 있다.

입주민가운데 누군가 그곳에 정말 다양한 꽂을 심어 둔 곳이다.

주말에 그곳에 들러 사진을 찍다 보니 딱 “코끼리마늘꽃” 같은 꽃이 있었다.

나는 딸에게 자랑하듯이 “저 꽃 이름 내가 알아!”라고 말했다. 코끼리마늘꽃이야!라고 했는데

나는 그 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요즘 마늘종으로 요리를 하다가 마늘종이 마늘의 꽃대인데, 이렇게 다 따 버리면 마늘은 꽃을 못 피우겠구나...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마늘꽃을 검색했는데 코끼리마늘꽃이라는 둥근 꽃 이미지가 검색되었다. 그래서 당당하게 코끼리마늘꽃이라고 했는데, 다시 검색해 보니 “알리움”이라는 꽃이었다. 둘은 비슷하게 생기긴 했다.) (다시 검색해보니 알리움은 서양 마늘꽃이다)

일리움

다알리아, 장미과의 월계화, 일리움... 내가 이름을 다 몰라서 다 불러주지 못했는데 참 아름다운 작은 비밀의 정원이다.


그 정원에서 나와 내가 눈여겨봐 둔 “백정화”를 보러 갔다. 백정화가 핀 화단은 얼마 전까지 일본붓꽃이 한창 피어있던 곳이다. 꽃말이 “반항”이라서 참 마음에 든 일본붓꽃이 지고, 그곳에 핀 작고 단단해 보이는 잎에 하얀 꽃이 핀 초목이 있는데 백정화였다.


아파트 화단에 꽃이 있으니 오고 가는 길에 꽃을 볼 수 있어서 참 좋다. 비밀의 정원을 가꾸시는 분이 전체 화단에 꽃을 뿌리는 분이신 건가? 이사 온 지 두해 밖에 안 되어서 잘 모르는데, 누구신지 모르지만 참 고맙다.

백정화

텃밭에 오고 가는 길에 보는 풀꽃들도 어찌나 많은지 요즘 꽃구경이 즐겁다. 텃밭 풀꽃 이야기는 따로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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