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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성민 Mar 26. 2017

놀이

교실의 아이들이 찍은 사진 한 장 -9-

중학교 2학년인 선주가 찍은 사진 '놀이' -2015년 作-


 어릴 적 친구들과 땅따먹기를 하던 우리 동네 놀이터는 내가 대학생이 될 무렵 아스팔트가 깔리고 주차선이 그어졌다. 내 땅, 네 땅 선 긋는 대로 마음껏 땅을 차지하며 놀았던 놀이터에서 이제 나에게 허락되는 공간은 직사각형의 주차공간 한 칸이다. 그 한 칸에 차를 맞추고 내리자마자 밟게 되는 아스팔트에서는 예전처럼 이야기가 묻어나지 않는다. 어릴 적 그곳에서 놀면서 묻어나는 모래와 먼지들은 분명 그날의 이야기를 해주었었는데 딱딱한 아스팔트로 덮인 후로는 아무런 이야기가 없다. 


 오랜만에 고향에 내려왔다. 내가 차를 세운 자리는 미끄럼틀이 있던 자리이다. 그네가 있던 자리, 지구본 돌리던 자리도 이미 다른 차들이 주차되어있다. 그 시절 우리에게 너무나 드넓었던 놀이터가 고작 차 몇대로 전부 들어차는 정도의 크기였다는 것을 인정하려니 많이 서글프다. 집 앞 놀이터가 광활해 보였던 그 시절로 돌아가 다시 작아지고 싶다. 그리고 흙 위에 쭈그려 앉아 금을 그으며 내 세상을 마음껏 다시 그리고 싶다.


 선주의 사진은 이렇게 그 시절 내 모습을 담은 사진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난 이 사진이 너무 좋으면서도 한편으론 애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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