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발한 시선과 제목

교실의 아이들이 찍은 사진 한 장 -31-

by 윤성민

서울 청계천 광교갤러리에 전시할 사진 작품 이름표를 제작하고 있었다. 이름표에는 아이들의 소속 학교와 사진 제목이 함께 들어갔는데 작품 수가 많아서 오타가 나거나 제목이 다른 작품과 뒤바뀌지 않도록 꼼꼼하게 살펴가며 작업을 해야 했다. 이름표를 출력한 뒤에는 제작된 사진 액자와 이름표의 짝을 찾아주는 작업을 하는데 초등학교 4학년인 소정이의 작품 이름표에서 멈칫했다. 사진 제목은 '강강술래'인데 이 제목에 매치되는 사진 액자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강강술래'라는 제목의 사진을 찾는 것을 일단 미뤄두고 다른 사진 작품 이름표부터 맞는 사진액자를 찾아주기로 하였다. 다행히 다른 사진 액자의 이름표는 어렵지 않게 모두 짝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름표를 찾지 못하고 남은 사진액자는 바로 평범한 꽃 접사 사진이었다.

김소정-단양초4-강강술래.JPG
초등학교 4학년 소정이가 촬영한 '강강술래' 와 '우산들의 행진'

'실수로 사진 제목과 다른 사진을 인화한 건가?'

'왜 이사진이 '강강술래'이지?'

사진 제목의 정체를 확신 없이 고민만 하다가 소정이의 다른 사진 작품 '우산들의 행진'을 보게 되었다.

담쟁이덩굴 잎이 벽을 타고 오르는 모습을 찍은 이 사진은 특별해 보일 것 없는 사진이었다.

하지만 '우산들의 행진'이라는 제목을 보고 다시 사진을 보자 하늘 위 시선에서 우산들이 줄지어 행진하는 모습이 보였다. 소정이는 참신하고 남다른 시선을 가진 아이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렇다면 이 사진의 제목도 '강강술래'일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하며 사진을 천천히 다시 감상해보았다.

그러자 손을 잡고 빙빙 돌며 원을 그리는 여성들의 모습이 보였다. 색동 한복이 바람에 나풀거렸고 흥얼거리는 '강강술래'노래가 들렸다.

이보다 더 어울리는 제목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11월 23일부터 11월 30일까지 서울 청계천 광교갤러리에서 청소년 사진동아리 '단빛' 사진 전시회를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관심이 아이들에게는 꿈이 됩니다.

https://danbit.modoo.at/


keyword